얼마전에 종영된 "애인"이라는 드라마는 방영될 때도 찬.반 양론과 함께
많은 화재를 불러 일으켰지만 종영된 이후에도 기혼남녀의 불륜이 사회
문제로서 신문의 특집란에 대두되도록 하는 등 적지않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묘하게도 세대에 따라 반응이 현격하게 다른 것
같다.

50~60대는 기혼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을 드라마의 소재로 다루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불륜을 미화시키고 조장할 수 있는 이
드라마의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30~40대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기혼남녀가 배우자 이외의 상대에게서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일탈된
애정으로 인해 가정 규범 도덕 윤리문제와 갈등을 겪고 고통을 느끼는 것에
대해 가능한 일이라며 이해와 깊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것은 30~40대가 50~60대 보다 개인의 감정과 자유를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다는 신호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이해한다고 해서 이를 허용한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들 역시 가정은 소중하고 지켜야하는 절대적인 가치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우려하는 바는 이해가 가지만
무턱대고 이러한 주제를 드라마의 소재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은
너무 경직된 흑백논리적 사고가 아닌가 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감정의 섬세함으로 인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본능이 결혼으로 인해 중단되지는 않는다.

다행히 결혼생활이 원만할 때는 이러한 본능을 쉽게 잠재울 수 있지만,
배우자와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거나 문제가 생길때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또한 드라마라는 것은 바로 이런 불완전한 인간의 이야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솔직한 접근만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불륜을 드라마의 소재로 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사고는 너무 경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이해하되 드라마의 전개과정에 있어서 주제가 잘못
전달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한다거나 이러한 일탈된 사랑의 한계성과
위험성에 대해 경고와 교훈을 줌으로써 우리사회의 올바른 윤리적기준을
세워가는 것이 인생을 오래산 사람들의 여유있는 태도가 아닌가 한다.

부정론은 이 드라마 때문에 불륜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져 건전한 가정이
파괴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를 하는 것 같지만 "타잔"영화를 보고 그
흉내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이 드라마를 본 주부들이 이 드라마를
흉내내 "애인"을 가지려 들 것이라는 가정은 여성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다.

부정론은 나아가서 더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불륜을 비난하지만 불륜을 가능케 한 원인, 즉 그들이 몸담고 있는 가정의
문제에 대하여는 생각하려 들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남편과 끊임없이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싶은 아내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남편이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아내도 외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될 때 남편과 아내들이 자신들의 부부관계를 진정하게 다시
되돌아보고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것이 드라마 "애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