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이너클럽에서 여성의류가게를 하는 한해경씨(39)는 최근
은행창구를 찾아간 기억이 없다.

전화 한통화면 인근 상호신용금고의 직원이 나와 모든 입출금업무를 처리해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출상담도 가게에서 할수 있고 금액이 많지 않은 경우엔 그 자리
에서 대출절차도 밟아준다.

여의도에 사는 주부 이영란씨(32)는 금고에 들르는 것이 매일 일과중의
하나다.

굳이 돈을 찾거나 대출받기 위해 가는게 아니다.

집부근의 금고가 운영하는 주부 일어 회화교실에서 늦게나마 학창시절에
게을리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금고업계가 살길을 찾아 발벗고 나섰다.

금고업계는 그동안 "고수익과 신속대출"을 무기로 서민금융기관의 대표
주자로 안정정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기관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자 "플러스 알파"가 없이는
고객의 눈길을 끌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은행 보험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서민과 영세상공인을 타깃으로 각개격파식
현장영업을 강화하면서 금고의 고유한 업무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은행원들이 새벽 시장을 돌고 수금까지 챙기는 시대가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터에 골리앗등이 골목길까지 비집고 들어서는 찰나다.

그래서 죽고살기식의 투쟁이 금고업계에 다가와 있다.

물론 가만 앉아 당할수는 없다.

금고마다 고객의 발걸음을 붙들기 위해 기상천외한 묘안들이 쏟아진다.

고객에게 찾아가 금융업무를 처리해 주는 파출수납과 365일 업무는 이미
일반화된지 오래고 일선 책임자의 재량권을 강화해 웬만한 대출은 그날로
해결된다.

또 다양한 고객밀착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골프연습을 열고 고객에게 외제승용차를 빌려주는 고급서비스에서부터
테니스 헬스 등산 문화강좌등 취미생활과 예식장이용 도서대출까지 부대
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금고 특유의 강점과 영업다변화 전략이 어느정도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의 금고수는 236개이고 지점 100개를 포함한 총영업점수는 336개.

지난 90년 9조9,354억원이었던 총수신규모는 연평균 20%의 고성장을 거듭,
9월말 현재 29조5,748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비과세가계저축 상품은 첫주에 255억원(전금융기관중 3.5%)이 들어와
돌풍을 예고하더니 한달이 지난 20일엔 948억원(4.8%)로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전체에 무한경쟁의 파고가 일면서 대형 금융기관과의
진검승부가 임박해 있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의 집요한 시장잠식으로 외형은 성장하지만 수익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일부 금고는 이미 역마진현상을 보이고 있고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 운용
문제도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또 점포수 제한으로 대형금고의 여수신계수도 성장이 멈추거나 둔화되고
있다.

지난날 보호막으로 기능하던 정부규제는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금고의 체질개선과 경쟁력강화
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각양각색인 개별금고의 목소리를 통일하고 공신력을 회복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금고는 출범이래 잦은 불법 탈법행위로 금융사고의 온상으로 지적돼
왔다.

일부 오너경영자는 예금자의 돈을 유용해 사금고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관리감독기관인 신용관리기금에서 예금자보호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경영자들의 자정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서민과 영세상공인의 신뢰를
얻을수 없다.

정부의 규제가 많은 것도 금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합병및 우량금고에 지점설치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지만
해당 시도지역으로 한정돼 있는 영업권역과 자기앞수표발행 외환 렌탈 지급
보증등 다른 금융서비스도 하루바삐 풀어달라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또 적극적인 M&A(인수및 합병)를 통해 금고의 대형우량화를 추진하고
견실한 소형금고는 따로 육성하는 차별화 정책도 필요하다.

최근 3~4년전부터 경영권이전 금고가 늘어나고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추세
여서 M&A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따라서 합병금고나 계약이전금고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이와 관련된
기업공개요건도 완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전산화작업도 조속한 시일내에 풀어야할 숙제이다.

금고업계는 지난 10년동안 전산업무비로 3,000억원을 투자했지만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고 아직 은행전산망엔 가입하지도 못하고
않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신용금고는 서민금융을 대변하는 금융계의 다윗들이다.

골리앗(대형금융기관)들과의 멋진 승부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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