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추진에 따라 외국어 구사능력을 밑바탕으로 통상 및 외교 등 국제
협력에 나설 지역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도 이같은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제전문인력 배출에
촛점을 맞춘 특성화 대학원을 세운 대학에 연구비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처럼 한곳으로 의견의 일치를 이루게된데는 안병만외대총장의 숨은 공이
컸다.

그는 일찌기 신문칼럼 등을 통해 외국어 회화 실력을 기본으로 지역학에
정통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부에 적극
건의했었다.

또 외대를 지역학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외국어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되찾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 93년 첫 직선제 총장 투표에서
외대호의 선장으로 선출돼 눈길을 모았다.

외대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이끌고 있는 안총장을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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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하면 정원식 전총리에 대한 "계란세례"사건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기획처장을 맡고 계셨는데 많이 힘드셨죠.

"그당시 박사학위논문 심사를 위해 지방에 내려가 있다가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저희 교수들도 도덕적인 책임을
통감했구요.

게다가 기업들 또한 "그런 버르장 머리없는 학생은 필요없다"며 외대
출신들을 뽑지 않으려는 바람에 여러 모로 큰 피해를 입었지요"

-5년전 일이니 이제 후유증에서 어지간히 벗어났을 텐데요.

"91년말 그 사건이 일어난 후로 학교가 상당히 침체됐었죠.

그러다가 93년11월 첫 총장 선거를 갖게 됐습니다.

교수 학생 모두에게서 총장 직선을 통해 외대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저는 이때 두가지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외대의 "환골탈태"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하나는 외국어 분야에서 과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되찾자는 "외국어
르네상스"였고 또 하나는 외국어를 밑바탕으로 지역학 분야에 집중투자해
외대를 "지역학의 메카"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총장 취임후 이 두가지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들에
주력하셨습니까.

"동시통역대학원과 외국학종합연구센터가 앞으로 외대의 사활을 좌우할
양대 축이 될 겁니다.

통역대학원의 경우 연말께 숙원이었던 단독건물을 갖게됩니다.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에 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회의장과 함께
8개국어를 동시통역할 수 있는 첨단장비도 설치됩니다.

외국학종합연구센터는 내년봄 용인캠퍼스에 설립됩니다.

이곳에는 해외 52개 방송채널을 수신할 수 있는 위성안테나를 설치해 19개
언어로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게됩니다.

이 정보들을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 제공할 것입니다"

-"지역학의 메카"라는 말씀을 들으니 교육부가 최근 선정한 "국제 전문
인력양성 특성화 대학원"지원 사업이 생각납니다.

총장님께서 오래전부터 신문칼럼 등을 통해 정부차원에서 통상 및 지역
전문가의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해 오셨고 관계기관에 건의도 많이 하는 등
이 사업의 아이디어 제공자로 알려져있던데요.

"뭐, 아이디어 제공자라고 할 수 까지야 있겠습니까.

기회 있을 때마다 제 의견을 피력했을 뿐인데요(웃음).

국가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라는 2가지
바퀴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국가들은 자연과학이 뒤떨어져 멸망한 것이 아닙니다.

구소련이나 동구권 어디를 봐도 첨단기술 분야는 미국에 뒤지지 않아요.

오히려 앞선 분야도 많지요.

저는 그들이 인문사회과학을 등한시 한 것이 그들의 사회발전에 한계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첨단과학기술쪽만을 중시해 국책공과대학 지원
사업 등에서 보듯이 정부지원이 이공계에만 국한돼 왔어요.

따라서 세계화시대에 맞춰 국제전문인력양성을 위해 인문계에 대해
처음으로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이번 국제전문인력 특성화대학원 지원
사업은 아주 의미있는 것입니다"

-국제전문인력 양성사업에는 5년동안 1,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됩니다.

따라서 이제 남은 문제는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이 앞으로 이 돈을 유효
적절히 효율적으로 사용해 관련대학원을 특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예, 방향은 제대로 섰으니 각 대학들이 자기 나름의 특성을 살려나가는
것만 남았습니다.

일례로 어느 학교는 지역학분야에 주력하고 어느 학교는 국제통상이나
국제협력분야에 초점을 맞춰 특성을 살려나가면 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각 대학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공통분야의 경우 커리큘럼도
공동으로 짜고 상호교류도 원활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국제전문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까.

"EU(유럽연합)의 경우 아시아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50명씩
일본에 지역연수를 보내고 있어요.

1년6개월과정으로 진행되는 이 교육에는 1인당 1억5,000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투입됩니다.

물론 범 EU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이지요.

고무적인 일은 EU가 일본에 이어 한국을 두번째 파견교육 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한국에 교육을 받으러 오는 유럽인들을 통해 우리나라가
홍보될 뿐아니라 부수적으로 우리 학생들의 안목도 자연히 넓혀 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외대에서는 27개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어의 르네상스"를 이루시겠다고 하니 대상 외국어수가 더
늘어나겠습니다.

"특수지역 언어학과를 증설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동구권의 경우 폴란드어 루마니아어 헝가리어 유고어과 등이 개설돼
있지만 요즈음 기업들은 불가리아어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와 역사적으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몽골어를 비롯 버마어
그리이스어 등도 개척해야할 분야입니다.

어학전문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세계 언어를 가르칠
계획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외대가 너무 외국어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고 합니다.

타분야 학과도 많이 신설해 좀더 종합대학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바람인
것 같은데요.

"우리는 미국의 MIT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이대학은 공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행정학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좋은 대학중 하나입니다.

공학분야가 최정상에 선데 힘입어 여타 분야도 함께 위상이 올라간
것이죠"

-매주 수요일 "열린 총장실"을 열어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제법 있었을 법한데요.

""열린 총장실"을 운영한다고 하니까 첫 모임때 운동권학생들이 이때다
싶어 피켓 등을 들고와 회의실을 "점거"해 버렸습니다.

제가 계획했었던 바는 다소곳한 분위기에서 학생들로부터 학교발전을 위한
건의를 들어보려 했던 것인데 운동권 학생들이 이를 오해해 일종의
단체행동을 한 것이지요.

이후 운동권 학생들도 제 뜻을 이해해 줘 여러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얘기를 듣고 있어요.

본관 앞의 꽃동산도 한 여학생의 건의를 듣고 만들었지요"

-바쁜 와중에도 강의까지 하신다든데요.

"많이는 못하고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3학점 짜리 교양과목 하나를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시간이 없어 강의는 아침 8시에 시작하죠.

강의시간만은 학생들도 "총장님"하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조기영어교육을 시작합니다.

이에대해 한마디 하고 싶으실텐데요.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어 교육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기본적으로 찬성합니다.

중.고교 6년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제대로 말을 하는 학생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준비면에서는 문제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누가 어떤 교재로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특히 교사들의 수준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멀티미디어 외국어 교재"개발 등이
시급합니다"

-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많은 수험생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들이 대학을 결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어느 대학이 좋다 나쁘다 하는 총체적인 관점이 아니라 어느 분야가
유망한가를 따져보는 특화된 관점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대담 = 노삼석 사회1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