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기업들의 경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조사돼 걱정스럽기만
하다.

본지보도(21일자 1면 머리기사)에 따르면 내년도 30대그룹의 매출은
평균 16.4%,설비투자는 6.4%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또 한계사업정리등 사업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인것으로 나타났다.

외형확장보다 수익성위주의 내실경영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이러한 대기업들의 감량경영은 별로 이상할게 없다.

내년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지리라는 데는 누구나 견해를 같이한다.

오히려 불황국면을 산업구조조정등 기업체질강화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격려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너무 위축된 투자마인드이다.

투자를 보다 활성화시켜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면에서 찾을수 있다.

쉬운 얘기로 경기가 좋아질 것에 대비해 불황때 투자를 많이해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어느정도 타당성을 갖는다.

이것이 불황극복의 적극적인 전략도 된다.

요즈음의 경제적 난국은 어찌보면 산업구조조정의 지연에 근본원인이
있다.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첨단 또는 자본재 산업분야로의 이행이
더딘 탓이다.

이를 위한 투자확대는 많을수록 좋다.

생산성제고를 위한 합리화투자도 현재의 수준으로는 태부족이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노동생산성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1인당산출량은 일본의 3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

고비용과 저효율은 같은 뜻이다.

효율을 높이면 비비용이 낮아진다.

연구개발이나 자동화등 합리화투자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때문에 "이만하면 이제 우리경제도 저성장에 익숙해질때가 됐다"는
일부의 견해는 사치스런 자만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투자확대를 통한 경제능력의 확충이 아직도 절실한 과제라는 얘기다.

문제는 투자재원확보와 투자환경의 조성이다.

불경기로 돈이 없는데 무슨 돈으로 투자하겠느냐는 반론은 금새 나올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황에 사치성소비재가 불티나듯 팔리고 유람성 해외여행이
폭증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것인가.

투자에 필요한 국내저축을 늘릴 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주식시장등 직접금융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재원조달방안도 강구해봄직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이다.

입이 닳도록 얘기된 정부의 규제완화는 아직도 미흡하다.

원칙도 절차도 무시된 현대그룹제철산업 불허결정을 보면서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정부는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내년도 대기업들의 투자위축요인중 하나는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안이라고 한다.

이를 제거하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가 맡아야 할 일이다.

또 내년 대기업투자의 특징적인 것중의 하나는 국내보다 해외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의 투자여건이 더 좋다는 기업들의 판단이다.

사회간접시설(SOC)의 부족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것역시 정부가 해결해야 될 몫이다.

감량을 통한 축소경영보다는 능률향상을 통한 성장력회복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