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명천지에 이치는 커녕 말조차 통하지 않는 집단이 아주 없진 않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도 아니고 밥먹듯 생떼를 되풀이하는 집단으로 북한을
따를 자는 없을듯 싶다.

판문점 연락사무소 철수의 소행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존재를 완전 무시하고 지낼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저들은 엉뚱하게 생떼를 쓰면 솔깃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을지 모른다.

그런즉 자질구레한 대꾸는 그만 두더라도 저들의 논리중 뚜렷한 몇가지
모순만은 다시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첫째 모순은 사과가 됐든 유감표시가 됐든 잠수함사건 관련 대화의
상대가 한국이 아니고 미국이라는 억지이다.

잠수함 좌초장소, 파견된 인원이 도주하며 인명에 피해를 주고 받은
장소와 피해인원 모두가 미국영토 미국인 아닌 한국영토 한국인임에
다툼이 없다.

백보를 양보, 미군 병사나 기물이 피해를 입었다 가정하더라도 한국이
상대가 아니란 말은 억설일진대, 이번엔 미군측 피해란 없었지 않은가.

그럼에도 미국만을 상대한다고 매달림은 스스로의 사대주의 선언이며 말도
안된다.

두번째 모순은 이 사건의 본질문제로서, 잠수함이 훈련중 항로이탈
좌초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좌초-고장이 고의 아닌 의외 사고였다면 승함자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해안경비 당국인 한국군경초소에 출두, 원조 송환을 요구함이
국제법이나 상식상 백번 타당하다.

그럼에도 승조원 전투원 모두가 출두 커녕 처음부터 은신 도주하며
거듭된 투항권유를 묵살,집단 자살하거나 반항끝에 사살됐다.

게다가 수색군에 대한 항전 살상은 물론 무고한 민간인까지 참혹하게
살해한 소행을 어찌 조난자의 행동이라고 주장할수 있는가.

이 두가지 점만으로도 잠수함 침투사건을 둘러싼 2개월여 북한의 거취가
바로 적반하장(적반하장)이란 세계적 공감을 사는데 아무런 부족이 없다.

이 핵심위에는 어떤 장광설도 무의미하며, 그럴수록 스스로 격하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핵개발중지 미-북 제네바합의의 파기나 한-미-일등 다지간
한반도에너지기구(KEDO)협정 무효화를 들먹이고 있다.

이것은 사실문제 왜곡과는 성격이 다르다.

비록 주객전도의 소행이로되 이를 협박수단으로 활용함은 궁지에 몰린
그들의 단말마적 역공이라는 설명은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리수를 알면서 쓰는 평양의 심중이다.

마치 폭탄 든 인질범의 요구에 굴복하듯, 미국이란 나라는 강수의 협박엔
여론에 밀려 결국 양보하고 만다는 확신이 있다.

다음 작전이 한-미 이간임은 물론이다.

이제 공은 미국측에 넘어 갔다.

선거전과 후 미국 행정부 입장이 다름을 저들이 알게 해야 한다.

한-미-일 공동보조에서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함을 과시하는 길이
미국의 선택이다.

필리핀서 중-일을 포함, 한-미 지도자들이 분단에서 오늘에 이르는
한반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어떤 장래를 여는 것이 순리인지 흉금을
털어놓고 의논하기 바란다.

김대통령의 외교수완, 클린턴의 자신감, 강주석의 중도적협력에 기대를
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