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 우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속의
가공의 세계에나 있음직한 일이었다.

1969년 유인우주선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여 탐사를 한데 이어
유인우주왕복선이 띠워지고 무인우주선이 태양계를 장기탐험하게 되면서
인간이 우주를 여행하게 될 날이 언젠가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고 있다.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로섬의 만능 로봇"
이라는 희곡을 써 세상에 내놓았을 때도 사람들은 소설의 세계에나 있는
일로 받아들였을 것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개발하여 이용하던 산업용 로봇이 노동을 하는 가운데 지능과
반항정신이 계발되어 인간을 멸망시켜 버린다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그뒤로도 로봇이 공상과학소설 (SF)을 끊임없이 나왔다.

현대SF에서 독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루디 러커가 1982년에 내놓은
"소프트웨어"도 같은 부류의 소설이다.

달에 있는 로봇들이 우주에 의해 프로그램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자의식을 갖게 된 나머지 2001년 인간에게 반기를 들어 자치령를 세우고
종내에는 기상천외의 지구침략에 나서게 된다는게 그 줄거리다.

가상의 세계에나 존재하던 로봇의 이러한 부정적 측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하는 조짐들이 오늘날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달과 더불어 인간에 버금하는 기능과 지능을
갖은 로봇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같은 손과 발, 텔리비젼 카메라의 눈, 인공의 귀와 입, 인체와
같은 촉각과 관절 가각,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컴퓨터 두뇌를 갖추어 인간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지능 로봇이
속속 개발돼어 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로봇이 인간의 개입없이 인터넷을
이용해 다른 로봇의 프로그램을 짜주는 획기적인 실험이 성공했다는 영국
연구진의 보고가 나왔다.

로봇 스스로가 움직이고 깨우치며 배운 것을 서로 전달해 주고 전지가
떨어졌을 때도 스스로 충전을 하는 지능을 갖춘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곧 로봇이 인간을 압도하게 된다는 가설의 실현가능성을 새삼
실감케 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차페크가 76년전 현대의 자동화문명이 인류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한 예지에 다시금 탄복하지 않을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