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기만 하면 모두를 만난다.

10년, 20년, 30년만에 처음 만나는 친구도 가끔 한두명 있다.

길에서 만나면 전혀 알아보기 힘든 중년의 얼굴이 동창생이라고 손을
내민다.

그래서 그날부터 또 옛친구 하나를 찾는다.

일요일 아침 8시, 미리 약속이나, 예약이 필요없다.

그냥 불광동 지하철역에 내리면 누그든 만나진다.

10여년전 두세 명이 처음 등산을 시작한 이후 요즈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명이상은 모인다.

우리는 매주 만난다.

회비도 없다.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 감기 몸살, 스트레스, 50견 등등...

우리 산우회는 전혀 이런 걱정을 모른다.

10여년전 처음 이 모임 (서울고 18산우회)를 만들어 "그곳에 가면
쨩구라도 한명은 있다"는 "믿음"을 널리 갖게한 진송기업의 여상구 사장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북한산 교주로 모시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날로 늘어가는 회원 증가를 조직화하기 위하여,
장기집권한 여사장을 명예 은퇴시키고, 북한산 비봉 근처의 동굴에서
자유경선으로 BC인터네쇼날 윤병철 사장을 최초의 회장으로 뽑았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모임의 숨은 일꾼은 네슈라항운의 김승주전무다.

땀을 빼고 내려온 계곡에서, 막소주와 얼음을 곁들여 함께 맛볼수 있는
"레몬칵테일"의 솜씨와 맛, 종교학과 출신답게 인생, 종교.

남들만 인정하는 최고 멋쟁이로 조용히,부드럽게 분위게 분위기를 잡는다.

물론, 계절마다 그동안 쌓여진 기량을 확인하기 위하여 설악산, 지리신,
해외명산도 찾는다.

이 때는 일요일마다 산을 찾기 어려운 다른 친구들도 부부동반으로
특별히 초청한다.

내년부터는 좀더 구체적이고 거창한 사업 계획을 세워, 백두대간을,
한라산-지리산-소백산-태백산-오대산-설악산으로 10년, 그때는 남북통일이
될 것이고, 금강산-백두산까지 또 10년,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아서
우리 땅, 아름다운 강산을 모두 다 밟아 보자.

북한산은 크다.

산, 나무, 단풍, 흰눈, 계곡.

없는 것이 없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가 늘 새롭다.

남쪽 매봉에서 부터, 향로봉, 비봉, 문수봉, 보현봉, 원효봉, 의상봉.
백운대, 도봉산.

포대능선, 송추까지 하루에 종주는 어렵다.

북한산은 또한 벼랑과 바위가 많다.

관절이 약한 어떤 친구는 그래서 북한산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몸무게가
나가는 어떤 친구, 컴퓨터베이스 박남서 사장님은 최근 "서울고 18회
강동지회"를 만들어 북한산 도전을 위한 훈련을 시작하였다.

서울 동쪽의 남한산성, 검단산 근처에서 실력을 연마하여 언젠가는
북한산에 끼고 싶단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