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정부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제는 대통령 주재로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 보고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10월 이후에 추진한 경쟁력 향상 정책과 앞으로 실천할 세부
과제들이 발표되었다.

정부가 이처럼 총론보다 각론에 중점을 두어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경제 문제가 정부의 구호나 채근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구조적 원인에 기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같은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정부는 기업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실천 계획을 마련하였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민간 기업의 상업 차관을 일부 허용하였다.

설비투자 자금을 싼 금리의 해외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 점은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더구나 자금 용도가 국내 자본재 산업 육성과 항공 전자 등 첨단 기술
산업용 시설재 도입을 위한 것이어서 국내 산업 구조의 개선에도 도움을
줄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자금 운용 방식을 개선한 것 역시 시중 금리의 하향 안정화와
국내 금융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정부의 행정 규제 완화 내용이 이전보다 구체화되었다.

자치단체와 관련 협회에 위임 위탁된 사무를 총점검하여 중복 또는 실효성
이 없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대폭 정비키로 한 것이다.

기업의 고용 부담을 완화시키려는 정책도 나왔다.

의무 고용제의 개선은 그동안 기업들이 감수해야 했던 과중한 고용 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도 정부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경쟁력 향상의
주요 실천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솔선수범 자세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애쓴 흔적이 역력한데도 이번 회의는 몇가지 아쉬움을
남겨 놓는다.

첫째, 정책 추진의 체계성이 미흡한 점이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의 우선 순위가 시기별이나 중요도 면에서 명확지
않다.

이에 따라 추진 방안이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느낌을 준다.

경쟁력 향상 대책 회의가 단순한 정책 과제의 나열에 그친다면 이 회의도
과거와 같은 전시 행정주의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 비가격 경쟁력 강화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당장은 가격 요인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보다 더낮은 가격 경쟁력 조건을 지닌 후발 개도국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제품 개발과 같은 비가격 경쟁력 강화 대책이 보다 진지하게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 기업의 투자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이 없다.

한나라 경제의 경쟁력은 결국 기업의 활발한 투자 활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도 기업의 투자 활동에 도움을 줄수 있는 행정 규제의 완화 내용과
이의 구체적 일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넷째, 정부의 생산성 향상이 강조되고 있으나 그 방안이 피상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감이 든다.

정부의 생산성 향상 대책은 정부 기구 축소와 같은 정부 구조의 혁신
측면에서 마련되어야 더 큰 효과를 거둘수 있다.

정부의 "경쟁력 10% 향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정책 추진의 우선 순위와 일정을 설정하고 이에 맞춘 대책을 장기적
으로 일관되게 모색해 나가야 한다.

단기적이며 단편적인 대책들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병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

둘째, 비가격 경쟁력 향상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의 성격은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한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는 경제발전과 기술 혁신의 가속화에 따라 가격보다
품질이 더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같은 품질의 상품이라도 누가 더 빨리 제공하느냐 하는 속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술 개발과 사회내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투자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내년에는 경기 침체 지속에 따라 투자 불황이 심화될 전망이다.

투자 부진은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훼손시킨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기 책임하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경쟁력향상 정책을 일과성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경쟁력 향상은 바로 우리가 21세기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정책을 국민적 운동으로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정책에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효율성이 높은 사회란 정부 기업 국민의 총체적 경제 역량이 최대한 응집
되고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작용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최대한 존중되는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
하고 이에 맞추어 모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처럼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이 사회 각 부문에서
활발히 일어날수 있도록 이에 관한 동기 유발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