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에 실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노동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한 지난 7월에는
신청자수가 489명이었으나 10월에는 2,11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실업급여 신청자의 구성내용을 보면 권고사직이 40.2%, 도산및 폐업이
18.8%, 정년퇴직 16.5%, 정리해고 13.7% 등이다.

특히 정년퇴직자가 7월의 254명에서 10월에는 130명으로 줄어든데 비해
권고사직은 각각 64명에서 1,250명으로, 정리해고가 74명에서 269명으로
급속히 늘어나 불황에 따른 고용 사정의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실업급여 신청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30, 40대가 52.2%, 50대가 33%
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30세미만이 7.8%, 60세이상이 6.9%를 나타냈다.

이처럼 연령적으로 한창 일할 나이이고 가족 부양및 교육비 지출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연령층에 실업발생이 집중되고 있어 대단히 우려할 현상
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고용 사정은 경기동향에 일정한 시차를 두고 후행함으로 일부
예측대로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시작된다 해도 일단 내년말까지는
고용사정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우리경제의 대표적인 대기업 집단인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내년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낮추거나 올해수준으로 묶을 계획이라고 밝혀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용사정이 비관적인 또 한가지 배경은 우리경제와 기업들이 구조적인
전환기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동안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민간기업이건 공공기관
이건 외형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필요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했던 것이 사실
이다.

이밖에도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생산성을 따지는 직무분석이 허술했고
실업의 충격을 흡수할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장치가 부족했던 탓도 있었다.

그러나 성장기조가 안정성장으로 바뀌어야 할 시기가 됐고 우리기업들도
외형성장대신 수익성을 강화해야 할 단계에 왔다.

특히 최근 활발한 해외진출및 세계화 지향도 국내 고용감소에 한몫을 하는
점을 부인할수 없다.

따라서 비록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고용 사정은 앞으로 상당기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 사정을 호전시키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취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전달하며 생산직과 사무직
사이의 인력수급을 재조정하는 등 노동시장의 효율화및 유연성제고에 힘써야
하겠다.

또한 기업별로 직무분석을 철저히 하고 남는 인원을 새로운 분야에 재배치
함으로써 고비용-저효율을 예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독일의 예처럼 임금상승을 동결시키거나 낮추는 대신 실업발생
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타협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근로자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개발및 경력관리에 힘쓰고 노조나 기업들도
경력사원 채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함을 물론이다.

개인적인 좌절과 가정에 주는 충격, 소비 위축으로 인한 불황심화 등 많은
부작용이 따르는 실업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