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으로 우리 회사만의 전화국을 차린다"

공중전화망(PSTN)을 마치 한 회사의 전용통신망처럼 사용할수 있는 가상
사설망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전화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 VPN)은 전용회선을 구축하지 않고도
PSTN을 마치 전용회선처럼 이용, 국제및 시내외 전화를 싼 가격으로 이용할수
있도록 하는 지능망서비스의 일종이다.

이 서비스는 전용회선을 이용한 사설통신망보다 요금이 최대 15%까지 저렴할
뿐만아니라 7자리로 구성된 자체적인 전화번호 체계를 구축, 이용할수 있도록
해준다.

또 단축 다이얼, 그룹별 통화, 지정시간 통화기능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비밀번호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에서나 현금없이 국제통화가 가능해
재택근무자나 외근요원의 국제업무 처리에도 쓸모가 있다.

여러지역에 지사를 둔 기업, 사설통신망을 소유한 기업, 광역통신망을 구축
하려는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가상사설망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 92년.

데이콤이 92년부터, 한국통신이 93년부터 국제 VPN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전화에 대한 VPN을 한국통신이 지난 5월부터 시범 서비스하고 있으며
기업의 반응을 보고 연내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통신의 국제 가상사설망서비스는 400여개 기업, 국내 가상사설망
서비스는 70여개 기업이 이용중이다.

지난해 국제전화용 VPN시장 규모는 55억원 정도로 한통과 데이콤이 각각
절반을 차지했다.

국내전화용 VPN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으나 매년 100%이상
성장, 오는 2000년에는 5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AT&T와 스프린트사를 비롯 일본 NTT와 DDI 영국 BT
프랑스 FT 등 각국의 대표적인 사업자들이 지난 85년이후 VPN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전체 VPN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으며 급격한 국제화에 힘입어
오는 2000년 세계 VPN시장 규모는 2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양키그룹이 음성통화는 점차 가상사설망서비스로,
PC통신 등 데이터통신은 프레임릴레이나 비동기전송방식(ATM)으로 진화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에는 VPN의 유용성을 인터넷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상사설망이 일종의 전용회선이므로 인터넷을 이용할 때도 보안에 대한
걱정이 없고 비용을 크게 절감할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 박창일 지능망사업부장은 "통신비용이 수억원에 달하는 기업의
경우 사설전화국을 차린 것과 같은 효과를 보면서 싼 가격으로 국제전화 등
을 이용할수 있는 가상사설망서비스에 눈을 한번 돌려보는 것도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 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