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과학기술각료회의의 주요 일정중 하나로
마련된 자유의제토론(Open Ideas Forum)이 14일 호텔신라에서 열렸다.

"여성과 과학기술"을 주제로한 이날 토론회에서 보니 케텔교수(캐나다
요크대)는 "과학기술분야에서 고급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미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여성인력활용을 가로막는 각종 사회
제도를 개선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텔교수의 주제발표문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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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식기반 경제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인적 자원이다.

고도로 훈련된 인력은 혁신을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뒷받침하는데 불가결한
요소이다.

새로운 경제환경은 사회 각 요소의 지속적인 교육을 필요로 한다.

시장경쟁에서 성공은 인적 자원의 계발에서 판가름난다.

과학기술과 혁신을 위한 정책은 APEC회원국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지식의 분배와 관리, 그리고 현재의 지적 재원의 계발 및 새로운 지식의
창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APEC경제는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고도의 지식과 경쟁력배양을 위해
나머지 지역국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충분한 인력공급을 위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용가능한 모든 재원을 가동하는 것이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 다양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생산성을 제고하고 국가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적 재원의
다양한 활용을 가로막는 각종 장애물들을 없애야 한다.

장애물은 여성의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인습도 포함된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최고의 능력을 키워주고 활용하는 것이 그 해법이다.

여성문제 전문가들은 지난 93년부터 95년까지 UN과학기술개발위원회(CSTD)
여성워킹그룹의 주도로 여성의 재능을 계발하고 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
마련작업을 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부문에 대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APEC 역내국가들은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종종 아시아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묘사되고 있다.

국민모두가 초등교육을 받고 있으며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하는 비율도
높다.

그러나 고등교육과정으로 갈수록 남녀간 진학률 격차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은 또 인문학 법학 사회과학 등 특정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다.

이같은 정형화된 교육풍조는 여성의 자기평가와 교육기회 그리고 교육
성취도 및 직업적 열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 및 교육에 있어서의 불합리한 구조는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그 추세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교육기관의 커리큘럼 자체가 여성이나 남성의 생활경험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교사나 지도층의 왜곡된 인식은 여성의 자신감을
손상시키고 있다.

여성이 과학기술분야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하는 예도 보인다.

기업과 과학기술 관련조직들은 여성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었다.

기업들은 여성들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토록 용기를 주기 위해
각종 행사들을 지원해왔다.

특히 엔지니어링이나 화학분야의 전문조직들은 여성의 관점에서 교육
문제를 주시해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을 포함, 모든 측면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발전시켜 왔다.

생산성 비용 질 고객만족 등과 같은 손익계산수단과 인적재원계발은 서로
연관돼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가 있다.

교육훈련은 직접적인 투자처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교육훈련은 기업들의 건실한 관행이기도 하다.

관리는 고도의 수행능력을 갖는 조직들의 등장에 갈수록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인적자산의 체계적인 가치평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적으로 여성들은 교육훈련의 대상에서 종종 배제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확산은 여성들이 교육과 기술개발에 참여해 기여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넘는데 한몫할지 모른다.

APEC 인간자원개발(HRD) 워킹그룹이 낸 "여성을 위한 산업기술 훈련
프로그램 : 성문제와 프로그램 성공요인"이란 보고서는 훈련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을 적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과학기술과 직업세계에 여성의 고립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사안으로 "지원시스템"의 구축을 얘기하고 있다.

이 지원시스템은 여성에게 비공식적 훈련기회를 제공해 역사적으로
남성만이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수많은 가상네트워크를 창출해 여성들이 과학과 엔지니어링
그리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인프라스트럭처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을 위한 이러한 전자네트워크시스템의 예는
다양하다.

SYSTERS는 컴퓨터분야의 여성전문인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이며 SYSTERS
-STUDENTS는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는 젊은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이다.

과학과 수학 엔지니어링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을 위한 WISNET,
기술분야의 여성간 협의를 위한 WITI, 원자력분야의 여성을 대상으로한
WNE도 손꼽을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여성이 장기적인 교육 및 원격교육에 남성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킹은 또한 정보원의 다양화와 아이디어교류를 확대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태지역의 정부 교육 경제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견여성을
중심으로한 네트워크도 발족했다.

이 네트워크는 성을 경제 및 지역협력문제와 연계해 APEC의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모여 여성기업가를 지원하고 사업
기회를 교환하는 것 등을 포함한 의제에 대해 토의했으며 네트워킹의 장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물론 여성과학기술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훈련전략은 종종 좌초될 수
있다.

고도의 기능을 갖춘 여성이 사회에 적극 참여하기 보다 뒷켠으로
물러앉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급측면의 전략은 사회체제내의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관행을
불식시키겠다는 약속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과학기술분야의 여성인력 누수현상은 보다 광범위하게 연구되어야 할
사안이다.

APEC 역내국가들은 사회 각분야에서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이들 사례는 공유할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의 여성인력계발이 갖는 의미는 결국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식기반경제체제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고도로 훈련된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진행되어온 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체계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제거되어야하며 그 결과는 다양성과 혁신을 통한
경제적 성공으로 나타날 것이다.

과학기술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미래경제에서의 생존과 성공을 약속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 정리=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