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유의 사진기를 가진지는 30년이 넘지만 사진다운 사진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0여년 정도밖에 안되며, 그나마도 나 혼자 찍고 즐기는
정도였으니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년전 아내가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고, 이어서 우리회사에
사진동호회가 결성되면서 고문으로 위촉받고서 부터 사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이 되살아나게 되었다.

매직 포커스 (Magic Focus).

동양매직 사진동호회의 이름이다.

사진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결성한 이 사진모임은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 그간 많은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21명인 회원들의
수준도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되었다.

94년초에 결성된 후 자체 이론 교육, 10여회의 주제별 단체출사 및
많은 개인별 촬영과 강평 및 토론 등을 통하여 만들어낸 작품으로
회사내에서 3회에 걸친 전시회를 가졌으며, 우수 작품은 회사에 기증하여
종업원의 정서순화에 많은 기여를 했고, 사우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좋은 사진으로 결혼선물을 하는 등 사내 동호회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동호회이기도 하다.

또한 회원중 안인수 김형만 사우 등은 사진작가협회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응모하여 입선을 하는 등 회원들의 대외활동도 무척 활발하다.

앞으로 작품의 수준을 더욱 높여서 사외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이
회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새벽사진을 포함한 풍경사진은 그 성패가 촬영당일의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빛의 예술"이라고도 표현되는 사진은 아무리 좋은 피사체가 있어도
자연의 도움이 없이는 좋은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벽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간 촬영지에서 갑작스런 비를 만난
낭패감이란....

그러나 여러번의 야외출사에서도 "빛"이 부족해서 실패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자연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나
인물사진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시골장터를 촬영할 때면 시장의 특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수
있었다.

부탁하는대로 촬영에 응해주는 순박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욕설을 듣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촬영한 필름을
빼앗기기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래의 시골장터에서의 그 푸근한 느낌과 언젠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전래 장터를 사진으로 남긴다는 즐거움 때문에 장터로의
발길을 멈출 수는 없다.

그간 국내의 많은 절경을 찾아 출사를 하였으나 매직 포커스 회원들의
소망중 하나는 민족의 정기가 어린 백두산과 아름다운 금강산을 사진에
담는 것이다.

그 소망이 어서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