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한국경제연 연구위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또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기업의 사업부제를 강력히 규제하려는 조항을 신설하려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개정안은 그동안 여러차례 개정작업을 거쳐오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추가적으로 도입되는 사업부제 규제조항은 기업들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기업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개정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없었다.

마치 전격적인 작전을 방불할 정도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부제 규제조항은 법개정이 거의 마무리 되는 단계에서 힘을
가진 측의 강력한 요구로 추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초기에 이같은 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공정위로서는 난감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면,공정위로서는 몇가지 논리를
만들어서 강력히 시행을 추진해야 할 입장이다.

공정위로서는 잃어버릴 것이 전혀 없다.

가뜩이나 개정작업을 추진하는 가운데서 핵심적인 규제조항이 폐기된
점을 고려하면 난데없이 횡재를 한 셈이다.

왜냐하면 예정되로 사업부제 규제조항이 입법화되는 날이며, 공정위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시행령을 만들기에 따라 무소불위에도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신규 사업부를 추진하는 기업마다 일일히 공정위를 찾아야 한다면, 이
얼마나 유쾌한 일이 겠는가.

이번에는 당정협의라는 어려운 과정도 문제가 없다.

든든한 원군이 지원하는 상황에서 무난한 입법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원안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규제조항이 갑자기 들어간
이유가 무엇일까?

무언가 숨겨진 이유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기업들 사이에는 사업부제 신설이 현대그룹의 제철업 진출과 같은
사례를 막기위해서 추가적인 방어막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옛말에 "배나무 밑에서 갓끝을 매지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업들에 오고 가는 추측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추진 배경이나 시점을 미루어 보면 동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정위는 사업부제 규제와 관련하여 독접금지법 제 15조 2항의
개정취지를 밝히고 있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전제로 신규사업 진출시 경제효율성 저하, 부당내부
거래 조장 등의 문제가 있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아, "이러한 행위를 기업결합 규제제도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여 규제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기업이 자신의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 가운데 위험부담이나
인적자원의 활용 등과 같은 이유로 사업부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사업은 사업부제의 경영을 통해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면,분사화와 같은 방법으로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나가게 된다.

사업부제는 기업경영 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이같은기업활동을 제재하려는 어떤 조항도 법적으로 정당화될수 없다.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나가야할
몇가지 원칙이란 것이있다.

이같은 원칙가운데서 개인의 사적재산권못지않게 중요한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조직형태를 만들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갖고있다.

뿐만아니라 사어부제에 대한 규제는 곧바오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미 존재하는 기존기업의 이익을 충실히 보호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하겠다.

경쟁을 촉진에서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돌려주어야하는
독점금지법이 경쟁을 제한해서 이미 특정분야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사실은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런점에서 보면 현장에서 떨어져있는 정책입안자들이 얼마나 위법적인
법제의 신설에 익숙해져 있음을 쉽게 이해할수 있다.

정책가들이 항상 명심해야할 사항은 아무리 눈앞에 목표가 위대하게
보이더라도 결코 위헌적인 법을 양산해 나가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소기업 보호나 경제정의와같은 근사한 구호를 앞세워서
경쟁제한적인 입법을 신설하는것은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사실을 명심해햐 한다.

세상에 어느 나라를 둘러보더라도 기업의 신설 그 자체를 기업결합으로
보는 나라는 없다.

뿐만 아니라 사업부제와 같은 수단을 이용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규제하는 조항을 갖춘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밖에 이번 조항의 위헌성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위반, 그리고 국회의
입법권 침해문제와같은 탈법사항에 대해서 더 이상의 논의를 필요하지
않을만큼 이번의 규제신설은 법치의 원칙을 벗어나고 있다.

이번 조치를 보면서 깨어있는 정책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