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종류의 취미와 연구를 위한 모임이 있지만, 필자가 굳이 산악회를
고집하는 것은 산을 오르며 건네는 인사말 한마디, 걸죽한 막걸리 한잔에도
누구나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해도 정신은 맑아진다.

스트레스도 없다.

가슴을 마주하고 산을 오르다보면 산도 사람도 이미 벗이 되어 있다.

"교보산악회"는 올해로 27년의 세월을 산과 함께 해온 사람들의
모임이다.

정규회원만 700명이나 되는 교보생명내에서 가장 큰 동호인 단체다.

본사는 물론 부산 대전 대구지역에 3개 분회를 갖고 있을만큼 전국적으로
폭넓은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신입사원에서 임원에 이르기까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수 있다.

매주 떠나는 정기산행외에도 봄 가을 두차례의 특별산행도 있다.

배우자나 자녀들까지 참가하는 동반산행의 기회도 자주 갖는다.

이즈음의 산은 온통 단풍으로 물든다.

미지근함이 아닌 정열이다.

지시가 아닌 능동이다.

그래서인지 산길은 항상 배낭맨 젊은이들과 아이와 함께온 젊은
부부에서 손을 꼭 잡은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활기에 차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을 오르다 보면 닫혔던 가슴도 흐르는
땀에 씻겨 허물을 벗는다.

어느새 가슴 한구석은 산을 닮은 넉넉함이 자리잡는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대전지역 산악회는 총무인 김기태 과장을
비롯하여 권오택 송용헌 민선기 김선규 박경희 안성숙 등 70여명의
정규회원이 있다.

산이 좋아서 모이다 보니 아예 인생의 동반자가 된 경우도 있는데,
권오택-김숙 부부와 송용헌-박경희 부부 등 많은 회원들이 산악회를 통해
만난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났으니 얼마나 궁합이
잘 맞을까!

매주 토요일만 되면 산에 가자는 전화가 기다려진다.

산에 간다고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고객을 만날때도 항상 미소지을 수 있으니 업무능률도 만점이다.

지난주엔 설악산 대청봉을 내 두발로 딛고 올라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오른 정상! 진솔한 가슴, 스스로의 의지로
찾은 정상에의 예감! 그건 젊음이었다.

어느 산을 벗삼을까? 벌써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