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은 곡을 하면서 평소의 대옥 모습을 그리며 시가 한 수 마음속에서
떠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향기로운 혼이여 한줄기 바람 되어 스러지누나 대옥의 향기로운 혼이
육신을 떠나간 시각은 바로 보옥과 보채의 혼례식이 치러질 무렵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환이 대옥 시녀들의 통곡소리가 혼례식에까지
들리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가만히 소상관을 나와 혼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대부인의 별채
쪽으로 귀를 기울여 보았다.

간혹 소상관의 통곡소리가 잦아지면 대부인의 별채 쪽에서 음악소리
같은 것이 아련히 들려오다가 곧 희미해졌다.

눈대중으로 봐도 거리가 꽤 되는 곳이라 소상관의 통곡소리가 그곳까지
들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심쩍어서 이환이 대관원 정문 앞까지 나와서 통곡소리가
어느 정도 들리나 살펴보았다.

그런데 통곡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참대 숲이 바람에 설렁거리는
소리만 스산하게 들려왔다.

대관원 정문 앞이 이 정도니 혼례식 마당에서는 전혀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이환이 다시 대관원으로 들어서 소상관으로 다가가자 통곡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이환의 두 눈에서는 연방 눈물이 흘려내렸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초승달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때 이환은 대옥의 가슴에 비수나 초승당처럼 박혀 있던 고통과 근심도
이제는 죽음에 삼키워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시 한수가 마음속에서 떠올라왔다.

굽이굽이 서렸던 수심 삼경 꿈길에 들어 멀어지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꿈길은 죽음을 가리키는 셈이었다.

이환은 대옥의 방으로 들어와 임지효의 아내를 불러 대옥의 시신을
잘 안치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혼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대부인의 별채 쪽에는 부고를 당장
알리지 말고 신혼 첫날밤이 지난 후 아침에 전하라고 하였다.

대관원의 각 처소에서 부고를 접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와
장신구들을 떼고 머리를 풀어헤치며 버선을 벗고는 통곡하였다.

사람들이 자견이 종이에 적어둔 대옥의 유언을 들여다보며 안쓰러워
하였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보옥 오빠,보옥 오빠를 외쳐 불렀을까"

그러나 보고 싶어 보옥을 부른 것이 아니라 깊은 원망을 쏟아붓기 위해
부른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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