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종합산업이라 불리는 항공기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관련업체간의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대한상의 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20회 신산업발전 민관협력회의
에서는 아직까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항공기산업의 육성방안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대규모 투자와 시장확보가 필수적인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형항공기 등 국책사업의 재정비, 범정부 차원의 사업추진
기구 설립, 부품소재산업의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윤 통산부장관은 2010년까지 틈새시장인 중/소형 항공기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항공기를 생산하고 2015년까지 차세대항공기 개발
체제를 확립, 선진항공기 국가로 진입하자는 플랜을 제시했다.


<> 박재윤 통산산업부장관 =국내 산업은 지금까지 저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임금수준이 선진국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을 보이는 업종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힘들고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을 만들어내야 할 위치에 된 것입니다.

따라서 제품 공정 디자인을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기술개발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시켜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항공기산업이 바로 그런 산업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국내 항공산업은 개발초기단계에 있습니다.

출발은 늦었읍니다만 어떻게 하면 빠른 시일내에 산업기반을 굳건히 할수
있겠는가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외국에 비해 국내 부품산업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 양창근 대휘산업사장 =국내에서는 소재산업이 취약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반가공된 소재를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하여 재수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읍니다.

이런 형태로는 절대 경쟁력이 생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시간당 임금을 7달러로 봤을 때 이는 이스라엘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자체소재를 가지고 자체가공을 해서 수출하는
이스라엘과는 경쟁이 안됩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73년 자주국방을 기치로 항공우주산업의 국산화에 노력,
87년에는 자체기종을 개발해 냈습니다.

12년만에 독자비행기를 가질 수 있었던 힘은 정부와 업계가 합심하여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한 결과입니다.

소재산업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담당하는데 물량확보가 관건입니다.

현재처럼 개발기종이 1-2년 사이에 상황은 곤란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 김동수 통산부 수출과장 =항공산업의 시장특성을 보면 세계가 단일
시장화 되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에 신규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보잉 멕도널더글라스 에어버스 등이 시장을 90% 이상 차지하는 과점상태
에서 이들의 협조를 어떻게 받아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세계 항공기시장의 수출입규모는 5백50억달러로 이중 1/3은 미국의 군수
산업용, 나머지는 민간용입니다.

전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6백억달러를 생산,
이중 절반가량인 2백50억달러를 수출했읍니다.

수입규모는 63억달러인데 부품이 26억달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약 22억달러어치를 수입, 제2위의 수입국이지만
수출은 4천만달러로 12위에 머무르는 형편입니다.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다지만 이는 주로 범용제품입니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전자제품 등은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고 보기
힘듭니다.

하루빨리 하청관계를 벗어나 이들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 박장관 =완제기와 부품산업을 포함해서 항공기산업의 기술수준과
잠재력은 어떻습니까.


<> 노오현 서울대교수 =항공기 기술은 안정성과 신뢰도를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측면과 "더 빨리, 더 높게" 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요구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21세기 초에는 음속 5배의 초음속비행기나 6백인승 이상의 대형비행기,
우주관광에 쓰일 수 있는 우주선들이 개발될 전망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념설계가 끝나고 공동개발 파트너를 물색하는 단계
입니다.

항공기는 어느 한국가나 개별기업이 단독으로 개발하기는 어렵고 국제
공동개발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제작과 조립은 선진국수준에 다가섰읍니다.

설계도 50인승 프로펠라기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풍동실험설비 통합시스템 공동설계 등 핵심부문에서는 기술이
부족해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핵심기술없이는 공동개발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근시안적인 경영논리보다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항공기산업은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급인력 양성, 실험시설 등에 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 정홍철 항공대교수 =다국적 공동개발이 중요하다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참여할 만한 기술수준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잠재능력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잠재능력들이 모래알처럼 제각각 흩어져 있기에 개발
되지 못할 뿐입니다.

다국적 공동개발도 말은 좋지만 선진국은 기술집약적인 핵심부문을 맡고
개발도상국은 날개 등 주변기기에 치우쳐 있습니다.

겉으로는 공동개발이지만 내용을 보면 선진국이 기술노출을 꺼리는 상황
이지요.

따라서 기술이전 및 학보에 정부차원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항공기는 경험과 리스크가 동시수반되는 사업입니다.

부품기술이 있다고 하지만 항공기는 통합설계를 해보지 않고는 기술이야기
를 할 수 없읍니다.

망치나 대패를 가졌다고 집을 지을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완제기를 만드는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이처럼 기술수준이 저하된 요인은 정부에도 있습니다.

항공기 하나를 만들려해도 통산부 국방부 건교부 등 관련부처가 난립해
방향을 잡기 어렵습니다.

항공기산업이 통산부 기초공업국 산하의 항공우주공학과 주관으로 있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없읍니다.

한시빨리 가칭 항공우주사업단 등 범정부적인 기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 이동호 서울대교수 =항공기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비(R&D)가 요구돼
단독기업으로선 쉽게 하지 힘듭니다.

보잉사에 견주어 볼 때 현대 삼성 등 대그룹이 전력을 기울여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입니다.

기본훈련기인 KTX-1의 경우 1백% 정부 주도로 이뤄져 기업들의 투자위험
없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KTX-2 등은 투자위험도가 20배 이상 높습니다.

일본처럼 대규모 설비나 특수장비는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단기간의 경제성이 있느냐 없느냐 만을 따졌다가는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선진국의 항공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읍니다.

앞으로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없이는 성장하기 힘듭니다.

외국처럼 설계를 복수로 발주하고 나중에 기술평가를 하는 경쟁체제의
도입도 고려해 볼만합니다.

단순히 정부가 지정한 물량을 생산해내는 안일한 체제로서는 기술개발이
힘듭니다.


<> 한장섭 통산부산업기술개발과장 =기술개발은 목표가 가시적이고 전폭적
인 지원이 뒤따를때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개발기종을 벌이지 말고 하나로 집약해서 세계 최고를 만든 뒤 이를 다른
기종으로 파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그 기술로 타국과의 공동연구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국과의 협력이 결렬되며 항공기산업의 예산삭감이 있었는데 범정부 차원
에서 지원을 계속해야 합니다.

국내 모기업이 군수용 폭탄을 개발할 때의 일입니다.

초기에는 40%가 불량품이었고 나머지도 안정성이 떨어졌읍니다.

그러나 정부가 지속적인 구매를 한 결과 1년에 한 번 하기도 힘든 기술
설계변동을 한달에 한 번 이상 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힘써 지금은 세계
수준의 폭탄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 박장관 =항공기산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산업계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 추호석 대우중공업사장 =우리회사의 기본목표는 설계에서 제조 시험
평가까지 일관될 체제를 갖추는 종합항공기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2000년대에 종합헬기메이커 및 훈련기의 세계적인 메이커가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보잉사에 50명의 연구인력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항공기는 직구매나 기술도입생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개발을
유도해야 합니다.

설계 및 제조인력을 산학협동 등 업계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 장세풍 한국로스트왁스사장 =완제기를 만든다고 해도 부품공급이 안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항공기는 부품이 없으면 자동차보다도 쓸모가 없어집니다.

연초에 조그마한 부품 하나가 공급안돼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공급업체가 부도가 났던 것이지요.

국내 부품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관심이 절실합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항공기부품 설비로 80억원을 투자했는데 작년 매출은
5억원에 불과합니다.

부품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2~3년이 소요되는 것은 보통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항공기부품을 개발하겠습니까.

국내에서는 항공기부품을 시험, 평가하고 인증해 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증이 안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믿고 써줄 곳이 없습니다.

부품산업의 육성 못지않게 이 부문의 정비도 선결과제 입니다.


<> 유무성 삼성항공대표이사 =항공기산업은 수십년간의 개발생산을 통한
노하우가 축적돼야 합니다.

또 투자리스크가 커 특정기업이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관련업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보유기술과 생산시설 인력 등을 결집하는게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인 항공산업 육성정책을 수립, 일관성있게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범정부차원의 기구가 필요합니다.

중형항공기 고등훈련기 등의 개발사업을 잘 추진하면 2천년대에는 세계
10위권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현상황을 보면 99년 F16의 조립생산이 끝나면 후속물량이 없어
관련설비가 가동중단될 위기가 처했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후속프로그램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당초 F15기를 1백20대 구입하려고 했으나 후속 물량이 없자
세번이나 구매량을 늘려가면서 업체를 보호한 예도 있습니다.

삼성항공은 네덜란드의 포커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단시일내에 디자인 설계 애프터서비스 마케팅능력 등을 갖추기에서는
선진기업의 인수가 가장 빠르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반장식 재정경제원기술정보과장 =항공기산업은 아직 절대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최근 연간 2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형항공기 개발에는 4천8백억원이 소요됩니다.

금년까지 8백90억원이 투입됐고 이중 정부가 4백90억원을 지원했읍니다.

앞으로도 차질없이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항공기산업은 민,군겸용기술개발이 중요한만큼 이분야의 연계개발 지원도
강화하겠습니다.


<> 박장관 =항공기산업은 전방으로는 소재산업 후속산업으로서는 완제기
까지 전후방연관효과가 대단히 크기에 하루속히 육성해야 합니다.

조선 자동차에서 성공했다면 다음은 항공기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가능성과 의지를 확인했읍니다.

정부에서도 항공기산업을 위한 컨센서스를 형성하도록 노력하겠읍니다.

산업계에서도 중형항공기사업조합 등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단합된 노력을
보여 주십시오.

정부와 기업이 일체가 되어 항공기산업 개발체제를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 정리=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