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북동쪽으로 140km가량 떨어진 이스마일리아시에 LG전자 컬러TV
부품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공장주변으로 광활한 아라비아사막의 탁 트인 시야가 드러나고 길가에
늘어선 야자수와 열대림의 풍광이 이국적이다.

한때 중도지역의 화약고였던 시나이반도에서 불과 90여km 떨어진 지역이지만
이집트내에서 가장 조용한 휴양도시이기도 하다.

LG전자가 이곳에 진출한 것은 지난 91년 11월.

이집트를 비롯해 인근 중동지역에 컬러TV 수요가 확대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마침 이집트측에 컬러TV부품 22만여개를 수출키로 계약을 마친 시점이기도
했다.

현지법인 명칭은 LG ELECTRONICS EGYPT S.A.E.(약칭 LGEEG)로 정해졌다.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첫해에만 적자를 보았을뿐 92년부터 매년 흑자를 올려 지난해말 초기투자분
350만달러를 모두 회수했다.

특히 지난 94년엔 140여명의 종업원으로 무려 25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현지진출 외국업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LG전자 특유의 꼼꼼한 품질관리와 적극적인 해외
세일즈활동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종제품 불량률이 0.1%로 구미공장의 불량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현지정부및 기업들을 상대로 "자본주의 경제마인드"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요한 활동을 벌여나간 것도 단기 고도성장의 바탕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이집트정부로부터 법인세를 5년간 추가 감면받기로
약속받은 사실을 들수 있다.

아무리 외국업체에 관대한 이집트정부라고 해도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수
없다.

주문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났다.

현재 컬러TV의 주요 부품인 DY(절연코일)는 연간 60만개, FBT(고주파발진기)
는 130만개, TUNER (튜너)는 60만개가량 생산되고 있다.

이미 이집트내 수요(40만개)를 훨씬 뛰어넘어 다른 지역으로 수출이 시작된
단계이다.

지난 6월 현지 외국업체로는 최초로 카이로공과대학과 산학협력계약을 체결,
공동프로젝트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진영 법인장은 "이곳은 LG전자 세계화전략의 전진기지"라며 "앞으로 중동
및 인근지역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수출을 확대할수 있는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설립초기 우리나라와 수교관계가 없었던 탓에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원자재의 공항통관에서부터 이집트 정부관리들의 고압적인 태도까지 걸림돌
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아직도 상당수에 걸쳐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기업
들과의 거래과정도 원활하지 못했다.

까닭없이 약속을 늦추거나 계약을 어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골드스타"로 알려진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좋았던데다
핵심기술의 이전을 바라는 이집트정부측의 지원으로 인해 점차 정상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4월 대사급 외교관계가 체결되고 올 3월 "무역과
투자에 관한 일반보호협정"이 체결돼 탄탄대로가 열렸다.

어쨌든 LG전자가 여러가지 난관에도 불구, 이집트 진출을 고집한 것은
이집트시장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이집트는 우선 지리적으로 중동.아프리카 유럽 터기 독립국가연합 등을
연결하는 요충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알렉산드리아항구는 접안지설이 좋아
제품수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또 중동.아프리카 제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럽연합(EU)과 무관세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지중해 연안의 유럽국가들에 부품을 수출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사우디 등 중동.아프리카지역에 수출할 경우 5%의 관세 할인혜택도 볼수
있으며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모리타니 등 "마그레브동맹" 국가와는
무관세협정을 맺고 있다.

이집트는 또 올해초 단행된 개각을 통해 자본주의체제로 급선회, 정치.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안정돼 있는 편이다.

LGEEG는 이처럼 유리한 입지를 십분 활용, 앞으로 영국 알제리 요르단 터키
등을 향후 주요 공략시장으로 삼아 해외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슈퍼A'' 96"은 이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FBT(고주파발진기) 제조비용을 20% 줄이고 중국 폴란드
싱가포르 등지에서 싼값에 원자재를 조달하는 "글로벌소싱"에 성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확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도시바 등 일본기업과의 험난한 경쟁을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LGEEG는 또 복리후생부문에 있어서 이집트에 진출한 외국업체들 가운데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이들 현지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이집트 근로자 평균임금의 3배수준인
1,000파운드(이집트파운드 기준).

연말에는 이집트 국내법에 따라 이익의 10%가 근로자들에게 배분된다.

지난해의 경우 96만달러의 이익을 냈기 때문에 근로자 1인당 연간소득과
맞먹는 성과배분금이 각자에게 돌아갔다.

이집트 최고의 명문 카이로공대를 졸업하고 이 회사에 들어온 엔지니어
가멜 밀라드게이드씨(34)는 "LG전자의 세계화전략을 보면서 기업경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이집트 근로자들은 혼기가 닥친
여자들에게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귀띔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