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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내기업들도 이제 전세계의 선진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해야
하는 전면 경쟁시대(ETC)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막 안에서 안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게다가 올들어 국내 경기는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기업들이 이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일류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어떤 경영전략이 필요할까.

미 하바드경영대학원 교수진을 중심으로 설립된 전략컨설팅업체인 모니터
컴퍼니는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최근 하얏트호텔에서 "전면 경쟁시대속의
신경영 전략"을 주제로 경영진들간 좌담회를 가졌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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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케네스박 < 한국모니터컴퍼니 사장 >
토머스 크레이그 < 모니터컴퍼니 부회장 >
앨런 캔트로 < 모니터컴퍼니 부사장(CKO/지식담당) > ]]]

<> 케네스 박 사장(한국모니터컴퍼니) =최근 10여년간 전세계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보면 "너도 하닌까 나도 한다"는 식의 유행을 따르고 있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일례로 리엔지니어링 붐을 들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최근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앞다퉈 리엔지니어링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으로 경영자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쟁사와 유사한 경영방식을 채택하면서 경쟁사를 따돌릴수 있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란 힘듭니다.

자신에 맞는 차별화된 경영방식이 요구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지금 경기침체라는 큰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이 불황을 타개하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할수 있는 해결책을
들려 주시지요.

<> 토마스 크레이그 부회장(모니터컴퍼니) =반도체 화학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산업부문이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구조적 개선방안을 마련,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시장개방도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한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업무및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는게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경쟁사의 취약점과 영업방식 등을 분석하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 부분에 취약한 것 같습니다.

<> 알란 캔트로 CKO.지식담당 부사장(모니터컴퍼니)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
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영방식에 매달려서는 안됩니다.

외부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역량및 자원 등을 십분 활용, 경쟁우위를 가질수
있는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에 순응하기 보다는 미래를 창조하려는 개척자적인
의지가 필요합니다.

<> 박사장 =한국 경제의 역사를 보면 기업들에게 경영전략의 역할이 중시
되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대형 다리공사에서부터 자동차시장 진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해왔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보호막 안에서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거나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거지요.

물론 정부통제에 의한 경제활동으로 한국 경제는 급성장을 했으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야구경기에 빗댄다면 한국 기업들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 한국이 따라갈 모델은 없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모델을 답습하기 보다는 자신에 맞는 독특한
모델을 만들어야 경기에서 이길수 있습니다.

<> 크레이그 부회장 =기업들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전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하는 전면 경쟁시대(ETC : Era of Total Competition)에서는 더욱 독자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보호막 안에서 이윤을 추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이같은 환경변화를 감안, 모든 "무기"를 총동원 할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 구성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작은 선수"
입니다.

그러나 전시에 소부대가 대부대와 싸워 압승을 거둘수도 있는 것처럼 전략을
잘 짜면 작은 선수도 선진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승자가 될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경쟁환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한국기업들은 전세계 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투자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에 미국 기업들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M&A(인수합병)에 많은
투자를 했으나 투자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 80%정도가 실패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 캔트로 부사장 =무한경쟁시대에서는 모방으로 성공할수 없습니다.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고객이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많이 사는지를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 고객이 그 제품을 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고객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한경쟁시대에서는 또 군작전에서나 쓰던 컴퓨터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경영에 접목하는게 필요합니다.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자가 늘면서 전략수행에 따른 효과를 예측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시뮬레이션은 여러 전략 시나리오를 짠 다음 이를 실제 적용하기 전에
컴퓨터로 테스트함으로써 효과를 사전검증하는 것입니다.

모니터컴퍼니는 이를 위해 미 국방부의 전쟁 시뮬레이션 기술을 응용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뮬레이션 기술은 유용합니다.

<> 크레이그 부회장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학습역량은 매우 소중한 "무기"
입니다.

수년간 한국 기업들과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국 기업들의 학습역량이
매우 뛰어난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빨리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극 대응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문에 원하는 분야에서는 일본을 앞서는 역량을 키워온게 사실입니다.

이런 학습역량을 해외진출시 적용하면 효과가 배가될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경우 해외로 나갈때 자신들의 기업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려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습니다.

현지 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이해함으로써 현지 실정에 맞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게 중요합니다.

<> 박사장 =산업의 흐름(트렌드)을 간파하는 것도 전면 경쟁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입니다.

전세계의 산업은 대체로 2가지의 흐름을 따라 발전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융합화와 기술의 불연속성이 그것입니다.

산업의 융합화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산업부문의 업체들끼리
경쟁하는 등 산업부문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례로 인터넷 전화의 등장은 인터넷이란 통신산업과 기존 국제전화산업을
경쟁관계로 잇고 있습니다.

기술혁신으로 각 산업부문의 진입장벽이 제거 되면서 산업의 융합화가
촉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의 불연속성은 자동차산업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기가스를 줄이는 등의 여러 시도가 추진되면서 지금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부품들중 상당수가 21세기에도 쓰일지는 장담할수 없습니다.

부품업체들은 세계 자동차의 표준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는지를 주시하면서
혹시 자사의 생산부품이 도태되는 기술이 아닌지를 파악,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캔트로 부사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일본의 경제모델을 따라
왔으나 이제는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보다 유구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데 힘입어 한국 기업이 독특
하고 창의력있는 경영전략을 펴 나간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을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