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 통산부 자원정책실장 >

현재 우리 경제는 국제수지 적자의 증가, 경기 침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 30여년간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이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의 경이적인 성장은 국민 모두의 노력과 희생으로 일구어낸 것으로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본다.

우리의 성장과정을 살펴볼 때, 에너지부문도 다른 부문에 못지 않는 기여를
해 왔다.

에너지부문은 경제성장과 국민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폭발적인 에너지수요
증가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킴으로써 국가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에게 에너지문제는 항상
내재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해온 것도 사실이다.

70년대의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국민경제가 큰 시련에 직면한 바
있다.

현재에도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국이지만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에
달하고 있어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에너지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한편, 94년부터 발효된 국제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화석에너지
의 사용을 규제함으로써 우리에게 적지않은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70년대부터 절약운동 이러한 에너지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부는 지난
70년대 이후 물자적약 운동의 일환으로 에너지절약운동을 시작하였으며,
80년이후 에너지절약의 기본법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제정하여 에너지
절약시책을 체계화해 왔다.

특히, 80년대 중반이후 국제 석유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때, 원유 수입가격
인하분을 전액 국내가격 인하에 사용하지 않고, 약 6조원에 달하는 석유
사업기금으로 조성하였다.

이를통해 국내 석유제품가격의 과도한 인하와 이로 인한 에너지낭비를
방지했다.

동시에 조성된 석유사업기금을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와 대체에너지 연구개발
재원 등으로 활용했다.

무척 안목있는 정책으로서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조성된 석유사업기금은 95년부터는 에너지자원사업특별회계로
개편되어 현재에도 에너지부문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그간의 절약시책을 보완.발전시켜 나가면서 경제.사회 구조를
기본적으로 에너지저소비형으로 개편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부 및 민간부문의 노력의 결정체가 "에너지절약
촉진대회"(이하 촉진대회)이다.

1차 에너지위기를 겪은 후 지난 75년에 시작되어 이번으로 18회째를 맞이한
촉진대회는 에너지절약에 대한 국민적 의지를 결집하고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어 왔다.

산업 건물 수송 각 부문별로 에너지절약 성공사례를 발표함으로써 관련
기술 및 기법을 보급하고, 에너지절약 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통하여 에너지
분야 종사자의 사가진작에도 크게 기여해 온 것이다.

앞으로의 촉진대회는 에너지절약 의식을 전국민적으로 내면화하고 체질화
시키는 촉매제로 전환.발전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에너지절약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정부
및 사회 각 부문에서 추진해온 에너지절약시책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향후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에너지문제에 대한 인식을 범국민적으로 공유하고,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추세 등으로 이완된 에너지절약의식을 다시 바로잡는
전기라는 점에서 이번 촉진대회의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촉진대회가 갖는 의미를 살리고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절약을 위한 정부, 기업 및
소비자의 삼위일체된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선도적인 에너지절약 프로그램을 수립. 시행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기존 시책을 보완해 민간의 절약 노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면서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절약 프로그램
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와 50%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산업부문은 에너지절약이
생산성 향상, 궁극적으로는 무한경쟁속에서의 생존 전략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경영자 및 에너지관리자는
정부의 절약 시책에 적극 협력하는 한편, 자율성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생산
및 유통 등 산업 전과정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스스로 앞장을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가정 및 수송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에너지절약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소비자는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정작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제 소비자들도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낭비 풍조를 불식할 수 있도록
절약을 생활화함과 동시에 각종 사회 및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 실천운동을 의식개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작은 노력들이 하나로 집결될 때,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에너지위기를 극복함은 물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타파하는 "국가경쟁력 10%이상 향상운동"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쪼록 다시 한번 이번 촉진대회가 국가적인 에너지문제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에너지절약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행사를 통해 에너지절약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후회없는 대안이자 핵심적인 수단이라는 점이 우리 모두에게
확고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