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에너지 절약의 달".

지난 85년부터 제정됐으니까 벌써 12번째 행사의 연륜이 치뤄지는 행사이다.

깊어진 만큼이나 에너지 절약운동의 성숙도도 더해진 것이 사실이다.

"허리띠 졸라매기"식의 내핍성 단순 소비규제책에서 출발해서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기술개발이나 집단에너지 사업으로, 이제는 환경문제에
대응하려는 규제시책으로까지 발전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에너지 절약의 당위성에 둘러싸여 있다.

우선 대부분의 에너지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탓에 에너지 안보위험에는 항상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의 사회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이라는 점도 한 요인이다.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운동을 벌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186억4,600만달러.

석유가 152억6,500만달러(8억4 944만배럴)로 가장 많고 석탄(20억5,700만
달러) 액화천연가스(LNG, 11억2 400만달러)의 순이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6.8%.

올해 예상되는 수입규모는 198억3,000만달러어치로 이경우 수입의존도는
97.1%로 풀쩍 뛰어오를 전망이다.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결국 우리경제가 해외에너지 가격에 민감하게
영향받는 다는 점을 반증한다.

에너지수입으로 유발된 무역적자는 94년 136억달러였으나 지난해는 162억
달러로 높아졌다.

유가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여러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말은 에너지수입에 따른 무역
적자가 불가피하게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얘기와 같다.

우리에게 "에너지 고수입의존도"는 생득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천적인 부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에너지 소비량은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생산활동이 활발해지고 사회구성원들
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지난 85년 17억3,900만TOE(석유환산톤)이었던 미국의 에너지 1차소비량은
9년에는 20억6,900만TOE로 증가했다.

일본도 85년에 3억6,200만TOE였다가 89년 4억TOE를 넘었고 95년에는 4억
9,000만TOE로 5억TOE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일본이나 미국등 선진국들에 비해 에너지 이용효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에너지 투입량은 같은데도 산출되는 생산량이 적고
부가가치도 낮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핍성 절약"의
차원에서 에너지기술을 개발하고 집단에너지시설을 만드는등 이용효율 제고
측면으로 선회한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정부는 철강금속 화학 요업 제지 섬유등 에너지과소비업종의 비중을 낮추고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시행중이다.

이에따라 지난 92년 34.8%였던 에너지과소비업종의 비중을 오는 97년까지
30.1%로 낮추고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29.4%에서 35.4%로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또 내년부터 2001년까지는 2단계 에너지과소비사업장 절약 5개년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앞서 1단계에서는 194개의 사업장에 1조6,700억원을 투자, 에너지원
단위(국내총생산 1,000달러를 생산하는데 투입된 1차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기준)를 6.8% 개선했다.

이와함께 에너지절약기술개발 5개년계획도 추진하고 효율이 높은 에너지
이용기기와 시스템을 적극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위해 개발된 기술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에너지기술정보관리시스템을
운용키로 했다.

업체별로 에너지 이용효율 누수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절약을 위한
정밀진단을 실시하는 한편 열병합발전을 활성화하고 폐열이용을 늘려
산업부문에 공급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절약 자체가 상품인 에너지절약전문기업들에게 활동토대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해서 생긴 이익을 절약전문기관과 에너지다소비업체들이
공유토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에너지 가격이 싸서 절약시설에 투입하는 것보다 소비를 늘리는게 경제적
으로 이득이라면 에너지 절약정책은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되는데 절약전문
기관들이 사업활동이 활발해지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통산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7일부터 본격화한 올해 "에너지의 달"
행사에도 기술개발과 관련된 각종 세미나가 포함돼 있다.

고효율 펌프, 흡수식 냉온수기 신기술, 건물.산업 에너지절약, 선진
신기술등을 주제로 하는 에너지절약 기술보급세미나가 전국 13개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와함께 에너지절약촉진대회를 시작으로 우수사례 발표회와 과소비업체
수송시범업체 열사용기자재제조및 시공업체등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
강연회가 잇따라 개최된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