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남 함양지방 농민들이 배추가격이 폭락해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렵게 되자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모습을 TV뉴스에서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예전같으면 김장철마다 물가안정 차원에서 김장채소류 가격규제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이제는 남아돌아 농민들이 땀흘리며 가꾼 배추 무를 썩일
수밖에 없나 싶어 마음이 무겁다.

작년에 산지에서 1포기 150원하던 배추가격이 올해는 50~70원으로 폭락해
종자값 농약값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할 정도라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이겠는가.

가뜩이나 일손도 부족해 그냥 밭에서 썩게 방치해 둘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심정이 오죽할까 싶다.

그렇지않아도 수입농산물 범람으로 시름이 깊은데 설상가상으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농민들의 어려움과 시름을 감싸안는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본다.

농협을 중심으로 배추팔아주기 운동에 나섰다는데 홍보가 부족해선지,
우리관심이 부족해서인지 호응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때일수록 우리 시민단체나 기업체가 나서 배추 무를 사주고 먹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

말로만 농촌일손돕기 운운하는 것보다는 이번처럼 농민들이 시름에
잠겨있을때 조그만 보탬이 되도록 하자.

작년에는 배춧값이 좀 오르자 시세차익을 노려 외국에서 배추를 수입해다
판 악덕업자들도 있었다지만 그래도 몇몇 백화점들에선 산지 농민들과 직접
거래해 환영받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나 자신도 동참하고 싶어도 방법을 잘몰라 답답한 심정인데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백화점 등에서 발달된 유통망을 통해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면 배추 한포기 무 한개일 망정 큰 부담과 번거로움없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고도 남는 물량은 배추와 무를 대량 가공할 수 있는 김치공장 등에
자금지원을 해 포장김치로 만들어 저장성을 높이면 배추 무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할때 대비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본다.

라윤선 < 경기 성남 분당구 구미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