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중소기업 연쇄부도를 막기위해 어음보험기금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신한국당 일부 의원과 통산부 중기청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외상매출채권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소규모기업지원법을 제정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재정출연, 어음발행자가 내야할 부담금, 어음소지자가 낼 보험료를
재원으로 어음보험기금을 신설, 부도가 났을때 어음대금의 일정액을
이 기금에서 지급토록하자는 구상이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나 중소기업이 연쇄부도를 내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외상매출채권 보험제도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선 어음발행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납품을
받고도 어음발행마저 제때 해주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어음발행 기피현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게될 경우 어음을 할인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워져 중소기업
경영난은 오히려 가증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어음을 받아가려면"부담금은 납품대금에서 깎자"는 요구가 나오는등
결국 부담금을 중소 납품업체에 전가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어음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이 줄을 잇게될 공산도 크다.

물품이나 용역의 거래를 수반하는 진성어음과 그렇지 않은 융통어음을
판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지금도 전문적인 어음사기꾼들이
적지않은 상황이고보면 더욱 그렇다.

어음보험금을 노린 계획적인 부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국민의 혈세로 사기꾼들의 놀이마당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특히 유념해야할 대목이다.

어음보험기금을 신설할 경우 매년 7,500억~4조5,000억원의 재정출연이
필요하다는게 금융연구원 분석이다.

어음보험부담금을 징수하느냐 마느냐, 보험료율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엄청난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96년 3,500억원인 신용보증기금 출연등 기존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재정부담도 적지않은 마당에 더욱 엄청난 부담을 필요로 하는 어음보험기금
신설을 수용할수 있을 정도로 재정에 여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어음보험기금을 설치하려는 통산부나 중기청의 움직임이
다른 일부 기금처럼 자기부처의 영역확대나"국회예산심의 절차도
없이 쓸수 있는 돈"을 확보하기위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일면이 있는게 외상매출채권보험제도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은 현실적인 여건이 맞지 않는다고 본다.

당분간은 신용보증기금의 지급어음보증, 보증보험의 어음보증보험,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의 공제금대출등 외상매출금 회수불능에 대비한 기존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상매출채권보험제도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신용평가체제가 구축돼
민간 보험회사가 상업성에 입각, 영업이 가능할 때까지 늦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