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개월된 신세대 남편인 S경제연구소 김광수씨(29)는 얼마전
"뷔페"에서 "집들이"를 했다.

토요일도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아내에게 음식준비를 시키는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이날 "뷔페들이"에 참석한 직장동료들은 고스톱도 치지 못했고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도 마시지 못했지만 이색적인 분위기에 신선함을
느꼈다고 한다.

신세대 문화는 가정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가정은 더이상 남자의 전권이 휘둘러지는 독재체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아내를 배려하지 못하는 남편이 팔불출로 인식돼 가고 있다.

"실속과 편의를 추구하는 신가족공동체".

다음은 신세대가 꾸려가는 새 가족상이다.

"아내따라 강남간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 스튜어디어스의 집은 대부분 공항부근이다.

MBC나 KBS에 다니는 여성중에는 상당수가 여의도에 살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중 집이 직장근처인 불광동이
아닌 사람은 무능력자로 손가락질 받는다고 한다.

가족의 주거지역을 결정할 때 남편보다 아내의 직장이나 출퇴근 여건을
더 고려하는 추세이다.

이같은 남편의 배려는 1가구 1차일 경우 아내에게 "운전권"을 양보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주머니 돈은 주머니 돈이다".

각자 자기가 번것은 자기가 관리하는 "독립채산 부부"들이 늘고 있다.

D산업 자금부에 근무하는 박병휴씨(31)와 C은행 국제부에 다니는
지미경씨(27)는 결혼 6개월차의 햇병아리 맞벌이 부부.

두 사람은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돈 문제에 있어서만은
"남남"이다.

월급중 20만원은 공동 생활비로 내고 나머지는 자신의 "비밀통장"에서
관리한다.

남편 박씨는 4개월짜리 일본어 학원 수강료를 자신의 주머니에서
부담하고 아내 지씨의 옷값.레저비용은 지씨가 알아서 할 일이다.

물론 한달에 2~3회씩 하는 부부동반 외식은 순번제로 "더치페이"다.

"남에게 폐끼치는 것은 싫다".

지난 여름 둘째 딸을 낳은 이경숙씨(30)는 자신의 산후조리를
전문파출부에게 맡겼다.

"첫 아이때는 친정신세를 졌는데 미안한 점이 많았어요.

남편과 떨어져 있는 데다 몸이 불편한 친정 엄마가 밤에 자주 깨게
돼서 여러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그래서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가정관리인을 썼는데 편한 점이
많더라구요"

"친딸이 따로 있나".

"시댁식구는 며느리 하기 나름"이라며 시댁과 쌓인 높은 벽을 허물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호칭파괴.

며느리는 시부모에게 엄마.아빠라고 부르고 시부모는 며느리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다.

또 시누이.올케간에는 경칭을 생략하고 반말을 쓰기도 한다.

"처음에는 서로 말을 높여주며 격식을 갖췄지만 동갑인데다 서로
잘 통하는 점을 발견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말을 트게 됐어요.

말을 놓고 보니 훨씬 친밀감을 느낍니다"(동갑내기 새언니를 가진
29세의 주부 김화순씨)

성균관 유림들이 보면 노발대발할 신세대 가족문화.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로 돕고 서로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 깔려 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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