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카를로스 스페인국왕 내외가 호텔에
묵으면서 고국에서 갖고온 비누를 사용하고 쓰다남은 것을 다시 곽에
담아 고국으로 가지고 갔다 한다.

한나라 국왕내외의 검약정신이 우리들에겐 본받아야할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얼마전 국회위원들이 호화쇼핑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대학교수 도위원 등 사회지도층인사 80여명이 해외에서 보석 모피 등
호화쇼핑을 하거나 카지노도박으로 거액을 날렸다고 하니 바로 이
모습이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 감히 똑바로 고개를 들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사치와 과소비풍조가 정도를 넘어 심한 중독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유명상표에 중독되다 싶어한 "브랜드"병, 일단 쓰고 보자는 "낭비"
병, 무엇이든 최고급만 추구하려는 "졸부"병 등 갖가지 유행병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천만원대가 넘는 옷과 억대를 호가하는 외제승용차를 몰고다니는
것쯤은 이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사이에도 유명브랜드로 치장하지 않으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고 하니 사치와 과소비로 인한 사회적 병폐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로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잘못된 인간의 욕구와 상인들의
교묘한 상술이 결합되면서 과소비를 유발시킨 탓도 있겠지만 문제는 사회
지도층인사들과 졸부들의 낭비풍조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데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인의 연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이 일본보다 무려 12.4배나 높다는
최근의 조사내용만 봐도 우리들의 과소비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국가경제는 위기라 한다.

근검절약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무분별한 외제 선호사상이나 과소비를 추방하는
길만이 국제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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