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을 비롯,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 지방경제권
의 현실이 위기단계에 있다.

지역경제권의 침체는 단순히 그곳의 일만은 아니다.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때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역경제의 회생방안을 지방별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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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이대로 가면 부산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산지역의 경우 일시적인 경제불황이나 일부업종의 쇠퇴를 넘어 전체적
으로 완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는 심각성으로 지역민과 상공인은 물론
정계 관계까지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부산상의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1인당 생산은 70년 전국1위에서
80년 4위, 94년 10위, 지난해 13위로 떨어졌고 부산경제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년대 16.6%에서 94년 5.6%로 크게 하락했다.

수출비중도 70년대 26.3%에서 94년 7.0%로 급속히 떨어졌다.

어음부도율과 실업율도 전국 최고의 수준을 기록하면서 심각한 불황을
반증하고 있다.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실업율, 수출증가율, 도로율, 주택보급율 등은
전국 최하위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원희연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부산경제는 국내외 여건
변화와 국제분업구조의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업
구조의 취약성과 중추관리기능의 부재 등 구조적 취약성이 고질화,
획기적인 경제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경제침체를 회복할 수 없는
시점에 와있다"고 진단한다.

"부산과 같은 지방대도시의 경우 자체제조업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고부가 첨단산업을 적기에 수용하지 못한다면 서비스 유통산업 등 관련
산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심각한 산업공동화를 초래,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전체를 불황에 빠뜨리게 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90년대들어 산업구조조정을 거치지 못한채 주요업체들의 시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산업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는 등 이같은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부산의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부산의 산업은 70,80년대에 산업구조 조정 및 고도화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해 점차 추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90년대이후 제조업체의 역외이전 확대와 지역주종산업인 신발
산업의 침체 및 대체산업의 육성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부산의
경제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부산의 산업기반 역시 절대적인 용지부족과 비싼 땅값 등으로 정부의
최근 공단지원 정책발표에도 불구, 난항을 겪고 있다.

사회간접시설도 적기를 놓치는 바람에 도로와 항만 등의 경우 환태평양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산의 중추관리 기능도 70년대이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속 후퇴해왔다.

중추관리기능이 가지는 금융기능 행정서비스 면에서 부산지역은 지역
인구비중이 크게 미치지 못하거나 전국 제2도시로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사이 부산주변지역의 공업화가 급진전되면서 부산은 이제
동남경제권의 중심이라는 말을 듣기가 무색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부산경제가 이처럼 부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부산대 황한식교수는
"부산의 경제정책이 뚜렷한 장기계획과 추진력없이 단기적인 성장 그
자체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최근 규제를 풀긴 했으나 과거 부산이 팽창을 거듭하고 있을때
그 원인과 구조는 생각하지 않고 부산을 제한정비구역으로 묶는 등 산업
활동에 근본적 제약을 가함으로서 부산경제력을 급속히 저하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부산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주도하에 독자적인 지역산업정책을
수립, 산업구조 고도화와 함께 고질적인 용지난을 해소하고 도시형 산업
구조를 육성하는 등 보다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길 뿐"
이라는 부산상의 조사부 주국돈과장의 얘기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 부산 = 김태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