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숨가쁘다.

정보량은 날로 범람하고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사람들은 허우적댄다.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꾸자"는 한 재벌총수의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변하지 않는, 변할줄 모르는 모든 것은 죽어 마땅하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적은 없었다.

스스로 "개화파의 후손"이라 일컫는 김동진씨(36).

"30대 전문가집단" KTP(코리아 싱크 풀)의 대표인 그는 변화를 전파하는
전도사를 자처한다.

"지금 시대변화는 100년전과 비슷합니다.

서구의 산업자본주의에 쇄국정책을 고수하다 결국 나라마저 뺏긴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 세계적인 변화흐름을 주도하지
않으면 안돼요"

동.서 냉전이 무너지고 절대적 이데올로기가 의미를 상실한 지금은
지식과 정보를 쥐는 자가 성공하는 지식.정보사회시대.

이런 면에서 그는 인재를 가장 중요시한다.

각 분야에 펼쳐진 전문가를 하나로 묶는 거미줄같은 "인적 네트워크"
야말로 새시대를 창조할 강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뜻이 현실화된게 바로 KTP라는 인재뱅크회사.

"깨어있는 전문가 조직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변화를 선도할 의욕에 찬 젊은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성이
강한 모임이다.

하지만 단순한 동아리는 아니다.

3년전 110명의 회원이 모두 주주로 참여한 주식회사다.

지금은 회원이 법인체를 포함해 200여명선으로 늘어났다.

올해 4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설 기미가 보이는
떠오르는 집단이다.

초창기에는 정치권쪽에서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민주화격동기라는 70~80년대때 대학을 다닌 젊은 전문가들이 모이는
게 수상했기 때문.

더욱이 회원중에는 국회의원보좌관이나 청와대소속 인물도 있는등
회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각양각색인 점도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킨 빌미가
됐다.

"창립초기에는 여당의 청년조직이라느니, 야당쪽과 관계가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왔죠"

하지만 이젠 외부의 삐딱한 시각도 많이 교정됐다.

학연 지연 혈연등을 통한 "인맥만들기"가 아니라 "경제성"을 중시하는
인재뱅크라는 원래 취지가 3년간의 사업을 통해 뚜렷이 열매를 맺고있기
때문이다.

KTP의 장점은 고객이 의뢰한 각종 프로젝트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결, 효과적인 인력배치와 싼 비용으로 최고의 결실을 맺는다는 것.

최근 R사가 개발한 즉석복권 소프트웨어도 바로 이런 힘이 바탕이 됐다.

법인회원인 R사의 제안에 따라 회원인 소프트웨어 개발전문가와
전산학교수들을 통해 싼 비용으로 훌륭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결국 연간 2억원의 로열티를 외국소프트웨어사에 지불하는 타회사에
비해 R사는 KTP를 통해 겨우 2,000만원의 개발비로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이같은 사업방식은 그가 생각한 인적네트워크의 목표이자 특징.

현재 그는 대표를 맡으면서 경영컨설턴트로서 활약하고 있다.

KTP에 가입한 법인체의 직원강의에 단골 강사로 나서기도 하고
CBS방송에 고정출연해 변화를 역설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 변화에 적응하는데 머물러요"

시대 변화의 흐름을 명확히 판단하면 오히려 변화를 주도할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그는 명확하게 말한다.

"우리 모두 변화를 사랑하는 "체인지 마니아"가 되자" 그저 변화에
대한 공포증(체인지 포비어)에서 단순히 벗어날게 아니라 변화를
즐기고 개혁을 주도하자는 것이다.

"미래.변화.혁신"을 주제로,강한 실험정신을 무기로 삼고있는 KTP와
그는 다가오는 21세기를 바로 자신들의 무대로 삼아 끝없는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준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