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지상에 발표되는 러시아관련 기사가 몹시 부정적이다.

하긴 우리가 소련 붕괴과정에서 소위 경협의 이름으로 제공했던
15억달러의 차관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들었으니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겠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러시아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 요인일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잘 아는 사람들, 특히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견해는 무척 당혹스럽다.

단편적인 몇가지로 사실을 왜곡하여 20세기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장 큰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게 만들기 때문에 때로는 크게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지금 러시아에는 이미 ING은행, 체이스 맨해튼은행, 메릴린치, C.S.F.B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은행, 증권사들이 이미 진출해 있다.

또한 진출하고자하는 금융기관들이 오늘도 영업면허를 얻기위해 러시아
정부에 필사적인 로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 비해 영업타당성 검토가 얼마나 많이 되어있어 러시아를
비웃고 있는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물론 오늘날의 러시아는 다소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며 새로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모든 1일 공산권국가가 겪는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80년 가까이 공산주의 경제에 익숙해진 나라가 갑자기 자본주의
경제로 체제가 전환되는데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우리가 이러한 기본틀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관심사는 지금 현재의
문제점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향후의 발전가능성의 여부에 우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러시아를 보면 먼저 옐친의 건강문제로 인한 향후 정치불안정의
가능성을 가장 큰 문제로 거론할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옐친건강에 관한 온갖 루머가 나돌면서 그때마다
러시아 주식.채권사장이 동요해 왔다.

옐친이 서거한다던가, 또는 건강악화로 더 이상 집무가 어려운 경우
과연 러시아는 혹자가 말하는대로 곧 망할것인가.

단기적으로 동요가 잇을 것이나 늦어도 3개월안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현행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3개월내에 재선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뿐 아니라 옐친의 퇴장이후에도 러시아는 현행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방세계의 전문가들은 지난 6월 선거에 옐친이 당선됨으로써
러시아는 공산주의 경제로 회귀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는 옐친이라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헝가리, 폴란드를 볼 때 공산주의자가 집권하였음에도 그들은 공산주의
경제가 아닌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경제성장이
빠르게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러시아가 다시 공산주의 체제로 회귀하기에는 미국, 독일을
포함한 서방세계의 이권이 너무 크게 걸려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음으로 경제를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 은행들의 파산과 이에따른
금융시장의 위기를 문제점으로 거론할 수 있겠으나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는 여겨지지 않으며 오히려 향후 전망이 지극히
밝다.

유럽부흥은행(EBRD)보고서에 따르면 소련연맹이 와해된 이후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94년까지 평균 마이너스 12%를 유지하였으나
95년 마이너스 4%, 96년 상반기 마이너스 5%를 기점으로 특히 물가는
플러스성장을 기록하며 97년에는 2~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물가는 95년 130%에서 96년에는 25%로 놀랍게 개선되고 있다.

이자율은 국공채 기준으로 지난 6월 선거를 앞두고 200% 가까이
되었으나 현재 60%정도에 머물고 있다.

특히, 러시아 루불화는 정부의 환통변동제한제도(crawling corridor
system)의 도입과 함께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달러대비 95년 35%(95년
상반기는 년율기준 100% 절하)에서 96년 25%의 절하가 예상된다.

러시아의 대외수지 및 외채를 보면 95년 구소련 연방제외 무역수지가
국제원자재값의 상승에 힘입어 17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였고 96년에도
같은 금액의 무역흑자와 57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가 예상된다.

외채는 95년 현재 총 1,069억달러인데 이중 러시아정부 수립이후
새로 발생한 외채는 174억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런던 클럽과 파리 클럽에서 타결된 외채산환기간 재조정에
의하면 상환외채 총액이 96년 165억달러에서 85억달러로 줄어든다.

이에따라 원리금상환금액이 경상대외현금 흐름에서 차지하는 11%에서
8.8%로 감소되며 96~2005년까지 10% 미만에 머물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러시아 경제성장 잠재력에 비추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금년 11월 유러시장에서 약 5억불 규모의 채권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정부의 재정적자는 세금징수율이 저조한데서
기인하고 있는데 (96년 상반기 목표의 59%에 불과) 이는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세금이라는 개념에 익숙치 않은 문화가 주요인이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세금징수를 위하여 조세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1,000여개의 대기업에 세무조사를 진행중이다.

이 문제는 IMF에서 러시아에 지원하는 100억달러 차관의 전제조건인
바 점차 개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러시아에는 2,200여개 은행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중 80%가 자본금
100만달러 미만이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새로운 은행법을 제정하여 최소 자본금및 적정자본
유치를 시행중이며 이미 금년에 350개 은행면허를 취소한 바 있다.

향후 은행업계는 30~40개 대형은행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도태될
전망이나 경제에 주는 영향은 은행의 자산규모로 볼 때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 IRBD의 의견이다.

우리는 경협자금의 지급불능사태만 보지말고 20세기 마지막 성장지역인
러시아에 진출해야 한다.

뉴욕월가의 프로들이 러시아 자본시장을 독점해가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위험부담 계산만 하고 있을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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