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10%이상 높히기"구호가 요란한 가운데 세계 3대악기제조업체중
하나인 삼익악기가 지난 23일 최종부도처리 됐다.

국내 피아노시장의 47% 세계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고 13개 계열사및
400여개의 하청업체 250여개의 대리점과 거리해온 삼익악기의 도산은
관련업계와 금융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총부채가 2,83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600%를 넘고 금융비용부담률이
16.4%로 이자 지급액과 연간 357억원에 달한다는 경영 내용을 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버텨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기업이 삼익악기 뿐만아니라 곳곳에 널려있다는 사실이다.

잉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주택건설업계를 휩쓸던 부도사태가 이제는
제조업에 까지 밀어달치는게 아닌가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과다한 채무를 떠안은채 무리한 사업확장을 추진하면 도산위험이
커지는 것은 건설업이건 제조업이건 마찬가지다.

이들 도산기업들이 방만한 경영을 한데에는 "부동산 신화"를 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70,80년대에 폭등한데 비해 물가상승으로 은행빚은 저절로
줄어드는 일을 숱하게 겪은 기업들이나 금융기관이 부동산다보를
철석같이 믿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성장기조가 안정성장으로 바뀌고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매출마저
부진해지면서 부동선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뒤늦게 부동산매각을 추지했으나 실패했고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취약한 기업들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우성이 그랬고 건영이 그랬으며 이번에는 삼익악기 차례다.

또한가지 문제는 도산기업들이 주력기업의 시장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산한 주택업체들은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분양열기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삼익악기는 인건비상승및 피아노시장의 포화현상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실패했다.

경쟁업체인 일본의 야마하는 오토바이생산 등의 사업다각화에 성공했으나
삼익악기는 가구제조, 주차설비, 컴퓨터부품등 비관련다각화에 실패한
것이 달랐다.

특히 적자만 내는 방계회사들을 서울러 정리하지 못한 것이 도산의
직접적인 계기라고 할수 있다.

삼익악기의 도산은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악기제조는 노동집약적인 업종이어서 삼익악기의 경우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않게 일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로 공장이전도 추진됐다.

그러나 품질고급화, 생산성향상 등에 힘쓰기 보다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한 것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악기시장에
무리한 경영전략이었다.

주거래은행은 거래기업의 부실예방을 위해 경영상태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하며 채권단을 구성해 제3자인수를 서둘러야 한다.

관련부처도 체불임금정리, 관련노동자의 직업훈련, 하청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등에 신경을 쓰고 경공업 중소기업, 영세유통업체 등의
업종전환을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