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호주) = 이영훈기자 ]

호주에서 목요일은 "쇼핑데이"(Shopping Day)이다.

1주일간 땀흘려 일한 봉급을 받는 호주사람들은 이날 가까운 쇼핑센터를
찾아 한주일동안 먹을 식품이나 생필품을 산다.

호주 최대의 도시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가량 차로 달리면
커다란 쇼핑단지가 나온다.

울워스(Woolworth) 콜스(Coles) 프랭클린(Franklin) 등 대형 슈퍼마켓과
식품점 약국 서점 악세사리점 등이 한곳에 모여있다.

생식품으로 유명한 쥬얼(Jewel)슈퍼마켓 타렌지점.

1,300여평의 너른 매장은 수박 배추 등 농산물로 가득하다.

굽기만 하면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고기와 생선도 낱개씩 포장돼 있다.

곳곳에 저울을 비치해 고객들이 필요한 양만큼 살 수 있다.

이곳에서 다시 5분정도 걸어가면 울워스슈퍼마켓 카링바지점이다.

매장면적은 3,400평.

어지간한 국내 할인점이나 회원제 창고형매장보다도 크다.

널찍한 통로는 대형 쇼핑카트를 끌고 다녀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생식품을 다듬거나 물건을 쌓아놓는 후방시설도 여유가 있다.

슈퍼마켓안에는 빵집 꽃집 등도 함께 있어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다.

상품도 풍부하다.

호주의 슈퍼마켓들은 세계 각지의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수입해서
판다.

자본주의 미국의 돈줄덕을 보고있는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값싼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
상품을 조달, 자체상표(PB)를 붙여 판다.

땅값이 싸 좁은 매장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매장을 채울 상품이 없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상황과는 기본 개념부터가 다르다.

유통업에 대한 기간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데이비드 클리랜드 등 전문도매업체가 발달해 있다.

따라서 소매상인들은 물류나 상품공급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고객을
위한 경영에 몰두할 수 있다.

호주무역대표부 어경윤상무관은 "호주의 쇼핑단지는 대부분 디벨로퍼라는
전문 상가개발업자가 만든 경우가 많다"며 "설계단계에서부터 도시계획과
쇼핑의 편의가 고려된다"고 소개했다.

호주슈퍼마켓의 고객만족경영은 이달초 3일간 시드니 달링하버에서
열렸던 제4회 "호주슈퍼마켓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70여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제자리에서 360도로 회전할 수 있는 쇼핑카트나 쇼케이스,음성인식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과 식품을 신선하고 빠르게 유통시킬 수 있는
물류시스템 등이 선보였다.

슈퍼마켓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보니 세계적인 유행처럼된 가격파괴점이
호주에서만은 제자리를 못잡고 있다.

부르스 비번 호주슈퍼체인협회(ASI)전무는 "슈퍼마켓의 상품이 풍부하고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시회를 참관한 국내 관계자들은 "유통업의 근간은 역시 슈퍼마켓"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업체들도 맹목적인 할인점 진출보다는 기존 매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도 신경을 써야할 때라는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