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디오카메라(캠코더)시장은 이중구조이다.

25%선에 이르는 세금을 내는 국산품시장과 관세를 물지않는 밀수품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밀수품시장에서는 일본제품이 유통된다.

일본산 비디오카메라는 수입다변화 정책으로 국내반입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팔리는 일본제품은 밀수품이다.

값이 싼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산품이 값은 비싸면서도 품질이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수입금지된 일본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소니 샤프 히타치등으로 진열돼 일본의 아키하바라를 연상케 하는 곳까지도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일본제품중 절반이상은 "소니" 브랜드로 추산된다.

소니의 인기모델 "핸디캠TRV91"은 용산상가에서 125만~135만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내 권장소비자가격(22만엔)보다 20%정도 낮은 가격이다.

일본에서도 권장소비자가격의 일부가 할인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판매가는 싼편이다.

샤프의 고가모델인 "HL50"은 100만원 수준.

동급 화질의 삼성전자 "마이캠SV S88", LG전자 "아트캠프리LC-AH40D"보다
10만원정도 싸다.

중저가모델에서도 일본제품이 국산품보다 싸다.

히타치의 "VMH220A"(일본내 권장소비자가 12만엔)의 경우 용산상가에서
55만원대에 팔린다.

동급의 국내제품보다 5만~10만원정도가 싸다.

품질에서는 일본제품이 국산품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CD(고체촬상소자), 렌즈배율, 데크등의 기능에서 국산제품이 일본제품을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정밀도 안전성 디자인에서는 뒤지고 있다"고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본부 채종성과장은 밝힌다.

품질이 우수한 일본 비디오카메라가 국산품보다 값싸게 팔릴수 있는 것은
세금을 물지 않기 때문이다.

국산품은 특소세(10.5%) 교육세(3.15%)에 부가세(10%)까지 부담해야 한다.

결국 가격이 25%정도 올라간다.

일본제품의 국제가는 보통 한국산보다 15~20%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만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용산의 A상가 B부장은 "상가내 판매가격이 낮아 일본사람들마저 비디오
카메라를 사가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서울의 용산상가와 남대문시장, 부산 부전전자상가등에서 일본제품은 월
4,000~7,000대씩 팔린다.

반면 국산품 판매는 미미하다.

상인들은 "국산품보다는 일본제품을 권하고 있으며 고객들도 일본제품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용산상가전자대리점 B사장)고 말한다.

이처럼 가격이 비싸면서도 품질은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산품이
그나마 자리를 잡을수 있었는가.

전국에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삼성전자 LG전자등의 계열대리점 덕분이다.

삼성과 LG는 1,500개 이상의 전국 계열대리점에서 비디오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전문상가를 축으로 하는 일본에 맞서 계열대리점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경우 국산품과 일본제품간 판도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국산품은 직매입형태로 판매돼 실적을 파악할수 있다.

그러나 일본제품은 임대매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판매량을 알수가 없다.

"백화점내 수입품임대코너의 비디오카메라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산품을 앞지르고 있다"는 H백화점 C과장의 설명으로 판도를 간접 비교할
수 있을 뿐이다.

비디오카메라 전체시장에서 국산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60%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제품은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밀수품인 관계로 물량공급과 서비스제공에 한계가 있다.

국산품만을 놓고보면 LG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는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눌렀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측도 LG의 시장점유율이 94년 26%, 95년 39%, 올해 50%로 높아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LG의 약진은 최근 시판에 들어간 카메라와 액정화면분리형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은 것.

분리형인 "아트캠프리"가 139만9,000원(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고가임에도
월 1,500대나 팔리고 있다.

방문판매도 LG약진의 한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부터 가동한 방문판매조직을 통해 월 3,000대 이상의 저가품을
팔고 있다.

삼성전자의 맞불작전도 만만치 않다.

하이파이제품인 "마이캠SV-S88"의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측은 "LG의 분리형제품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방문판매조직도 본격 가동하고 나섰다.

최근 선보인 저가형인 50만원대 제품 "SV-K80"과 70만원대 "SV-K85"를
앞세워 방문판매를 늘리고 있다.

가을철 행락수요와 결혼혼수품 수요, 졸업및 입학시즌수요가 잇따를 가을.
겨울성수기를 놓고 삼성과 LG간 경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시장쟁탈전이 이 정도선에서 마무리될 상황은 아니다.

일본제품이 가세할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산품과 일본제품간 시장판도도 예측불가능하다.

유통시장개방으로 국내 대리점체제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수입다변화정책 역시 언제 해제될지 모른다.

더욱이 내년 7월에는 비디오카메라 특소세적용률이 3%포인트 이상 오를
예정이다.

이들 변수에 따라 일본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곧장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산비디오카메라의 성능향상과 다양한 제품개발, 정부의 밀수품단속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국내시장은 계속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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