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창가에 듣는/참새 소리는, 조금도/시끄럽지 않아 좋다/들으면서
잊을수 있고/잊으면서 문득 다시 들리는/그 즐거운 노래 소리/...''

시인 김윤성이 노래한 참새의 이미지는 무척 서정적이다.

그러나 작물을 가꾸는 농민들에게는 그와 반대로 해조라는 생각이
머리에 깊게 박혀 있다.

참새는 한국 전역에서 번새하는 가장 흔한 텃새였다.

주로 풀씨를 먹는 이 텃새는 수백,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 날아 다닌다.

특히 벼가 패어 익는 계절의 100여일 동안에는 설익은 이삭을 빨아
먹거나 벼알을 마먹어 수확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참새의 체중은 22g으로 하루의 취식량을 그 5분의1만 잡아도 약 4~5g의
벼를 먹게 된다는 추산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참새의 해악을 쉽게
짐작할수 있다.

그래서 참새는 사냥새로 지정되어 있다.

그 사냥이 허가된 기간에 포획할수 있다.

금렵기간이라 하더라도 농작물에 피해가 극심할 때에는 지방장관이
유해조류로 구제할수 있게 되어 있다.

옛날에도 겨울철에 아이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참새를 잡는 놀이가
성행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참새들이 먹이를 찾아 인가로 몰려 들 때 이를 잡아
구워 먹었다.

"규합총서"에는 음력 10월부터 그 다음해 정월까지 먹을수 있고 그
나머지 달에는 먹어서는 안된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한 참새는 약제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참새의 고기 뇌 머리피 알 수컷똥 등의 약효가 소개되어
있다.

고기와 알은 정력을 증강시키고 뇌는 귀머거리를 낫게 하는가 하면
머리피는 야맹증을 치료하고 수컷똥은 안질 종기 응어리 등을 다스릴수
있는 약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나 많아 골치를 앓게 했던 참새떼들이 사상 초유의 풍년이
든 올 가을 들녘에서 그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들녘에 세워져 참새를 막던 허수아비, 햇빛 반사를 이용해
참새에게 겁을 주던 비닐때, 굉음으로 참새를 쫓던 딱총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벼의 피해는 적어지게 되었지만 그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불안한
점이 없지 않다.

먹을 거리가 널려 있어 참새가 분산되어 일어난 현상이라는 낙관론도
있긴 하나 농민들의 염려대로 환경오염이나 기상이변의 결과라면 앞으로
어느 땐가 참새의 지저귐도 들을수 없는 것은 물론 인간의 생존에도
예측할수 없는 위해가 닥쳐 오리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