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를 지은 김대성은 전생에 집안이 가난하여 부자인 복안의
집에서 머습살이를 했다.

어느날 그는 절에 시주를 하면 만배의 복을 받는 다는 소리를 듣고
노임으로 받은 밭을 절에 보시하고 복을 빌었다.

얼마뒤 그는 죽었다가 재상 김문량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전생의
어버이를 위해 불국사를,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를 지었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이 이야기는 불교의 윤회사상과 인과응보의
원리가 결합되고 그위에 다시 사찰연기설화가 덧붙여진 전형적 전생담이다.

전생에는 동물이었다가 사람으로 환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생에 뱀 지네 구렁이등을 해치거나 함부로 죽인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기위해 그 동물이 아들로 태어나 그 집안을 망하게 했다는 이야기는
조선 숙종때 명신 허적과 허목을 배출한 허씨집안에 전해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삼국유사"에는 원효의 친구인 사복의 어머니와 욱면은 전생에 불경을
나르던 암소였다고 기록해 놓았다.

이런 이야기들은 인과응보등을 강조하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것들이지만
민담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중에는 변신설화로 바뀌어 러브스토리화한
것들도 많다.

"우렁미인"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하늘에 살던 선녀가 옥황상제에게 죄를 짓고 우렁이 돼 논바닥에
살았다 미인으로 변신한 그는 가난한 노총각과 결혼했다.

지방 원에게 아내를 빼앗긴 남편은 관아의 기둥에 머리를 부딛혀
자살했고 그의 원혼은 새가돼 조석으로 관아주변을 날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줄곧 먹지않고 굶던 아내도 남편의 뒤를 따라 죽어
참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다.

최근 전생과 환생을 주제로 한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 대학생들 사이에 "환생신드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보도된 내용대로 상업주의적 발상까지 이런 현상에 가세해 몰고
간다면 젊은이들이 현실도피나 운명론에 빠져들 위험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그만큼 심각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국인처럼 일찍 불교윤화설의 영향을 받아 얽힌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온 민족이 또 있을까.

"심청전"을 읽고 그 내용을 사실로 믿을 젊은이들은 없을 것같다.

윤회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 불교의 해탈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전생이나 환생을 다룬 소설드라마등 가공의 예술작품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무턱대고 "미신"으로 몰아치는 획일화된 사회풍조가
젊은이들을 "환생신드롬에 휩쓸리게 하는 더 큰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