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의 방북사실은 관계자들이 대북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극비에
부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극히 일부만 알려져왔다.

그러나 통일원은 최근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방북기업명단을 이례적으로
공개, 대략적이나마 기업들의 대북사업 추진상황을 더듬어 볼수 있게 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방북사실이 공개된 대우 현대 태창 신원 삼성 한일 동양
고합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아프라이드마그네틱스 등 상당수 기업들이
은밀히 북한에 들어갔다 왔다.

한국아프라이드마그네틱스(컴퓨터헤드 임가공) 한국기술사회(나진.선봉
투자환경조사) 신일피혁(피혁의류 제조) 삼양레미콘(모래 반입) 온천산업
(물자 교역) 한코퍼레이션(신발 위탁가공) 한중경제교역(교역및 협력사업)
동진교역(교역) 동북아경제개발총회사(경협 조사) 포스트레이드(코크스탄
교역) 등이 이런 기업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기술사회는 일본과 공동으로 나진.선봉지대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진출에 대비, 광범위한 기초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나올 보고서
내용이 주목된다.

이미 방북사실이 알려진 기업중에서도 (주)대우가 의류공장외에 전기.전자
공장건설을 위해 지난 6월25일부터 7월2일까지 평양과 남포에 6명의 조사단
을 파견한 것은 처음 확인된 사실이다.

이밖에 삼양레미콘이 모래 반입과 중국모래 수송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7월말에, 신일피혁이 피혁의류 제조공장을 나진.선봉지대에 만들기 위해
5월말에 각각 조사단을 파견한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측의 초청기관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91~92년에는 조선봉화총회사 금강산국제그룹 등 일정하지 않았으나
94년들어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 국제무역촉진위원회 대외경제협력추진위 등
3개기관으로 정리되고 94년말부터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로 거의 단일화
되고 있다.

통일원 관계자는 "경공업부 북경주재 북한대사관 조선릉라888무역총회사
나진선봉행정경제위원회 등도 우리기업들을 초청하고 있긴 하나 극소수"라며
"북한도 우리처럼 창구단일화를 했으나 일부 힘있는 기관의 경우 초청장발급
권한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진.선봉지대에는 지난 9월의 대규모 조사단 파견계획이 무산되긴 했으나
그동안 삼성 등 20개 가까운 기업들이 방문, 조사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문지역이 90년초에는 평양이 대부분이었으나 서서히 나진.선봉지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주민접촉 승인을 얻어 제3국에서 어느 정도 협의가 진척되면 다음단계로
방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북기업들은 북한사업구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국은 이들 기업의 사업추진 보고서를 3급비밀로 분류하고 공식적으로
방북사실이나 사업내용을 발표한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

기업조차 북한사업은 최고의 영업기밀사항으로 다루고 있다.

남한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은 이보다 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