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통신경제연구소는 7일 호텔롯데에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산업조직론과 공공규제부문의 거장인 프린스턴대학교 로버트 윌릭(Robert D.
Willig)교수를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한국 정보통신산업에서의 시장개방과 공정경쟁"이란 주제강연을 한
윌릭교수는 미 연방공정거래위원회 연방통신위원회 국방부 등 실무정책
결정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으며 정보통신산업의 경제이론 및 정책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미 통신법의 정책화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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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산업은 미래 고도정보사회의 중추신경이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가 뿐아니라 아시아나 남미의 후진국까지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21세기의 세계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통신사업을 민영화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허용하여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이미 낯선 현상이 아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금년에만도 30여개에 가까운 신규 통신사업자가
출현하여 금세기내 정보통신산업은 가장 치열한 경쟁판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자를 허가하여 시장구조를 개편하고 공기업을 민영화
하는 작업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과거 독점시절의 낡은 제도를 개선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작업일 것이다.

지금 세계 정보통신시장은 혁명적 격동기에 있다.

현대문명과 경제성장에 막대한 기여를 하여 온 정보통신산업은 컴퓨터
산업과 통신산업이 융합하여 정보사회의 기반구조를 형성함에 따라 한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 분야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현재의 격동기가 있기까지 정보통신
산업을 둘러싼 규제 및 경쟁정책이 40여년에 걸쳐 아주 점진적으로 변화하여
왔다는 점이다.

미국 정보통신산업의 경쟁은 20여년전 전화기와 전화설비시장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에 부가가치서비스, 국제 및 시외전화서비스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시내전화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와 주정부의 규제기관은 정보통신
산업의 규제와 경쟁에 관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야 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과 변화가
수반하는 기회 및 위험에 관한 소중한 교훈을 배워왔다고 믿는다.

먼저 우리는 정보통신시장의 혁명적 변화가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변화의 원동력은 과거에도 기술발전이었고 현재도 기술발전이다.

기술발전은 정보통신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켰고
규제 및 경쟁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에 바빴다.

급속한 기술발전 때문에 현상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할 때에만
규제정책의 혁명적 변화가 공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각종 규제는 정보통신시장을 급속히 경쟁지향적으로 바꾸어 가는 기술발전
방향과 보조를 맞추어 철폐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규제완화 정책은 경쟁시장이 전통적인 정부규제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기업활동을 통제하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경쟁이 경제적 효율성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효율적 기술발전을 유도하는 장치라는 근본원리를 경제학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경제이론과 경험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시장경쟁으로의
이행과정에서 정책의 실패는 막대한 사회적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경쟁에 관한 경제학적 교훈을 무시하고 시장을 개방할 경우
투자자원이 낭비되고 소비자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하며 그 결과 발전의 기회를 상실할 뿐아니라 퇴보를 자초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경제원리를 바탕으로 통신정책의 결정과정에서 몇가지
기본원칙을 세운 다음 이를 지켜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적정이익을 보장해
주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며 규제완화의 정도를 결정할 때에도 효과적
경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시장원리의 작동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새로운 규제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 효과와 비용을 엄밀히 비교하여야
하며 이 제도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한 사업자만이 보유한 독점설비가 있다면 이 설비에 대한 공정한 접속도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소득재분배나 지역발전과 같은 사회적 목표는 적어도 경제적 효율성과
경쟁상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달성되어야 한다.

아마도 정보통신산업에서 공정하고 효과적인 경쟁을 달성하는데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하나는 모든 국민에게 꼭 필요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보편적 서비스의 정치철학을 경쟁원리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보편적 서비스의 목표는 시장경쟁과 마찰을 일으킬 여지도 있으나 양립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편적 서비스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부담을 가급적 공평하게
분산한다면 정보통신 서비스의 수요나 투자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왜곡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

특히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사업자에게 부과한다면 그 부담이 모든
사업자에게 골고루 배분되도록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비용부담이 차별적이 될때 특정기업이 한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정도가 그 기업의 우수한 경영능력 때문이 아니라 단지 비용부담의
정도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일반 조세수입이나 통신기기 및
서비스 관련 조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형태이다.

아울러 보조금의 수혜대상은 가급적 좁고 그 액수도 가급적 낮게 설정해야
한다.

실제 보조금이 없이는 도저히 전화가입을 할 수 없는 극빈자에게만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조금의 배분방법도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

한가지 방법으로 극빈자로 분류된 가계에서 정부가 전화가입비의 할인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발급하고 사업자는 이 가계에 할인혜택을 줄 수 있다.

이 때 사업자는 정부가 조성한 총재원에서 할인액 만큼을 돌려 받게 된다.

정보통신사업에 있어 바람직한 규제 및 경쟁정책 방향을 논의할 때
부딪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접속료이다.

접속료는 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정보통신시장에서 신규 사업자가 모든 국토에 통신망을 부설하고 진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신규 사업자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기존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접속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다라 사업자의 이윤이 크게
좌우되어 접속료의 결정원리는 경쟁사업자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따라서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접속료 정책을 투명하고 분명한 경제원리에
따라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정책당국은 기존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접속료를 부과함으로써
비효율적 사업자가 진입하게 하거나, 반대로 접속료를 너무 높게 책정하여
기존 통신망을 비효율적 방식으로라도 우회하게 하거나, 시내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가 신규 사업자를 차별하게 해서는 안된다.

한가지 해결책은 본인이 윌리엄 버몰교수와 함께 주창해온 "효율적
요소가격이론(ECPR:Efficient Component Pricing Rule)"을 적용하는 것이다.

"효율적 요소가격이론"에 따르면, 예를 들어 시내전화망을 보유한 기존
사업자는 시외전화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신규 사업자에 대한 접속료를 자신의
시외전화요금과 시외전화 한계비용의 차이만큼 부과해야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이 원리가 적용되면 기존 사업자보다 효율적인 사업자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신규 사업자도 과도한 중복투자 없이 경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책당국은 "효율적 요소가격이론"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매우 중요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기존 사업자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가격결정의 자율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 요소가격이론"은 이러한 자율성과 함께 실현되어야 진정한 효과가
발휘된다.

기존 사업자의 자율적 가격결정이 허용될 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사업자간 가격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의 후생은
극대화될 것이며 "효율적 요소가격이론"은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장치로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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