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사건 이후 한반도 정세는 화전을 가르는 급박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동부 산악에서의 오랜 토벌작전이 전장을 연상시킴은 도리가 없다 치자.

결정적인 것은 북의 보복협박이고 더욱 그 공개협박이 현실화될 높은
가능성이다.

어린애도 의심치 않는 침투행위를 표류 좌초라 강변함은 저들의
전매특허적 상투수법이라 그리 놀랄 일도 못된다.

그러나 백배 천배로 보복하겠다는,한번 아닌 누차에 걸친 협박은
도둑이 매를 든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라,제정신으로는 상상키 어려운
언어도단이다.

백보를 양보, 불의의 표류임을 내세워 보복의 정당성을 주장할 근거가
저들에게 있다고 하자.그랬다면 벌써, 아니 이제라도 생존 대원들을
투항케 하고 나서 장비-인원의 송환을 요구함이 순리다.

시종 결사항전을 하면서 피해자를 자처, 보복에 목청을 돋움은 이미
그 자체가 허위의 자백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저질 집단들이 으레 그렇듯 보복을 공언한 이상 북의 살인-파괴 행위는
반드시 있다고 봐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최덕근영사 피살사건은 수사를 더 기다려야 하겠으나,
그에 그치리란 아무런 보장이 없다.

러시아가 공정수사로 진실을 가리는 일은 이 시점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백배 천배란 표현의 허구성을 감안하더라도 동해안의 침투인원을 고려하면
빙자보복의 범위가 결코 작지 않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50여 남북 동시수교국중에도 러-중등 한국인의 주재 왕래가 노출되는
지역이 특히 취약하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지 않는데 심각성이 있다.

국제적인 경고를 한뒤 제3국에서 대규모 일을 벌이기란 뭣보다 즉각
쏠리는 혐의때문에 힘들다.

따라서 유력한 대상은 한반도 안쪽이다.

서해도서뿐 아니라 휴전선과 후방지역 어디건 저들의 무력이 효과적으로
미칠 곳이면 제한이 없다.

미군 시설은 피할 가능성도 있으나 그 역도 가능하다.

시기는 조야가 바짝 긴장하는 며칠은 피하되 오래 끌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책은 무엇인가.

어제 각기 총리주재, 통일 부총리 주재 장관회의가 대비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이 의외로 영수회담의 7일 개최를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대응의 방향이요,내용이다.

큰 것을 노린 작전의 실패를 호도,이제 보복협박으로 반전을 노리는
진의를 우리는 알고 대응해야 한다.

그것은 크게 두가지다.

재선에 목마른 클린턴에게서 철군을 전제로 한 평화협상 개시 약속을
받아내는 일, 허약체질의 남한을 전쟁위협으로 분열시키는 일이다.

대응은 무언가.

국지전 즉각 응전은 물론 전면전에 대한 승리의지를 결집하고 전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협박에 답해야 한다.

경제력이 20배 큰들 장기전 아닌 다음에야 만심할 일은 아니다.

이 엉성한 사회 곳곳의 빈틈을 그대로 둔채로는 단기 전격전에 견디기
힘들다.

윽박지르면 후퇴한다는 북한의 미국관을 이 기회에 미국인 스스로
바로 잡고, 동란극복 빈곤추방 민주번영의 반세기 우방인 한국수호의
의지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으로 뜻이 크다.

카터 이래 한-미 협조의 최대 고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