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오는 20일 실시되는 총선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기로 했다는 보도가 국내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자민당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결정된 이같은 방침은 "한국과의 관계를
손상하지 않도록 평화적 해결을 지향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모든
기회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한국측에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한-일간 독도영유권 분쟁을 예고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자민당은 중국과 영유권분쟁을 빚고 있는 조어도(일본명
센가쿠 열도)도 일본영토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자민당이 예상되는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이같은 주장을
공약에 포함시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보수 우익성향의 유권자들
구미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일본내 극우 보수세력들은 정부관리건 민간인이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이러한 억지주장을 펴왔으며 지난 2월에도 이 문제로 한-일간
국민감정이 고조됐던 기억이 새로운 터이다.

다행히 경제수역(EEZ)협상에서 일본측이 독도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하고 이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한-일 공동개최가 결정됨으로써
국민감정이 수그러드는가 싶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우리나라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우리는 지난번 총선에서 실패한 자민당의 고민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아무리 선거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이웃나라와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
있는 영토문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무모하고도 무책임한
짓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공약으로 내세운 영토문제가 관련국의 반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전쟁이라도 해서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것인가.

영토문제를 민족주의적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주변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이같은 경솔한 처사는 일본이 추구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민당의 우익 보수성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선거공약은
단순히 선거만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하시모토(교본용태랑)정권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공식화하려는 뜻이 분명하다.

일본은 기회만 있으면 독도문제를 외교 현안으로 등장시키고 야스쿠니
(정국)신사참배를 기정사실화하려고 꾀해 왔다.

이번만 하더라도 센가쿠열도 문제가 뜨거운 현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독도와 야스쿠니신사를 슬쩍 끼워넣어 공론화시키려는 책략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

일본이 아시아의 이웃들과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과거에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피해국들에 진심으로
사죄-보상하고 그러한 범죄의 주역이었거나 그 후계자들인 집권세력내
극우보수를 청소함으로써 과거를 말끔히 청산하는 일이다.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억지 주장이나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야스쿠니신사참배같은 국민감정을 이용한 선거공약은 21세기 경제대국
일본을 끌고나갈 자민당이 취할 전략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