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을 개방, 개혁하려 했던 고르바초프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러시아에
군림했던 옐친은 지난 여름 대선에서 재집권하는데 성공했다.

몇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는 심장수술이라는 건강상의 이유로
그자리를 떠나야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건강상의 이유로 초래된 이 숙명적인 사건은 옐친개인의 운명뿐만아니라
크렘린궁으로 향하는 권력암투가 국가운명의 정치경제를 소용돌이 안으로
몰아 넣으며, 경제위기라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옐친의 후계자로서는 체르노미르딘 레베드 추바이스 야브린스키와
주가노프 등이 지명되고 있다.

옐친이 만약 중도 하차하게 될경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향하는
러시아의 미래는 예측하기가 더욱 난감하다.

"우리는 집을 짓는데 지붕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은 기반작업을 하는 일이 최대의 과제라고 하겠다.

지붕은 벽이 없는 땅위에서 지어졌다.

때문에 러시아 경제는 붕괴직전에 놓여있다"

이같은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말은 러시아의 현상황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0년부터 95년까지 러시아의 공업과 농업생산은 절반으로
감소되었으며, 이러한 감소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국내 총생산은 96년 1.4분기의 경우 지난해 동기에 비해 3% 감소했고
공업생산은 7%나 줄어들었다.

생산 감소는 실업증가를 대동하게된다.

실업률은 14% 이지만 실제로는 30%이상에 달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체불하거나 또는 부분적으로 단축
노동을 시키고 있다.

공장들의 3분의2는 정지 상태에 있으며, 나머지 3분의1만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 인구의 25%는 빈곤선하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은 36만루블(5만~
6만원)의 월소득으로 살고 있다.

때문에 여러 지역들에서 이미 기아폭동이 일어났어야만 했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이룩한 일은 인플레를 억제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전체 경제 수요의 감축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동시에 치러야 했다.

정부 지출비의 삭감은 경제 회복을 지연시켰으며, 결국 국영기업의
보조금도 크게 줄였다.

이것은 정부가 그들의 행정에 대한 지불의무와 국가의 주문을 지속시키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때문에 이는 곧 기업들의 재정 압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기업들은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고 대금 지불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의 지불불능 상태가 경제 성장보다도 높은 지경에 이르렀다.

러시아의 실제 국민생활은 경제지표들이 제시하는 것 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지하경제가 번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경제에 의해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추가적인 소득원이 주어지고
있다.

시장경제가 국가 통제 경제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결국 화폐는 주요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차선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고 그 대신 물물 교환이 번성하고 있다.

러시아는 긴축정책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 지출비를 절감시켜왔다.

왜냐하면 기업이 세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적자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웠고 국가는 거의 파산상태에
놓이게 됐다.

96년 1.4분기에 재정 수입은 350조루블인데 비해 지출은 630조 루블로
나타나고 있고, 하반기에도 개선의 여지는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임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사회의 비관주의가 경제회복을 저하시킨다.

즉 러시아인들은 많은 자본을 해외로 도피시킨다.

도피액은 월간 10억달러로 추계되고 있으며, 95년에는 전체 122억달러중
110억달러는 불법적으로 유출되고 있음이 집계되고 있다.

루블화는 달러화나 마르크화에 그 자리를 내주는 결과가 돼 국민들은
소득을 즉각 외화로 교환하고 그들은 아주 적은 외화만 소유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강세권 통화에 대한 초과 수요를 초래해 환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결국 경제는 법률과 법령에 의해 규제되고 있으며 국가가 경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구 사고방식이 여전히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바로 이 문제점이 경제회복의 장애 요소인 것이다.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국영기업의 파산을 막을 수 있어야만 된다.

그럼에도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금융기관들은 지난 94년과 95년에 모든 운영을 위해서 자유태환,
외화와의 교환가치로 지불했어야만 했다.

올해초 330개의 은행이 파산됐다.

러시아은행의 20%에 해당하는 430개 은행들은 운영상황이 부실로 지적되고
있다.

약 100개의 금융기관들은 지금 허가를 취소 당하고 있으며, 약 800개의
은행이 95년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불불능상태에 대비해 부실금융기관의 업무에 대한 통제를
해야만 한다.

고객들은 그들의 예금 잔고를 걱정해야만 하는데, 이는 은행제도가
위기상태에 놓여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러시아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희망하고 있는 경제 회생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옐친정부는 경제문제의 해결과 재정위기의 극복을 주장했다.

그 수단으로 새로운 조세 도입과 외국 차관의 도입이 이용됐다.

외채는 지난 10년간 약 5배나 증가해 96년초 1,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러시아에 추가적인 수십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외국인 투자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은 크게 기대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희망적인 시기였던 91~93년이래의 러시아로의 자본 유입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특히 석유 및 천연가스 분야의 투자에만 집중되었다.

감소추세의 원인은 법제도의 미비, 관료적인 부담, 범죄의 증가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안케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통화 공급 증가와 그에 따른 인플레의 고삐를 규제정책으로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중앙은행은 국가 부채 감소책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져야만 한다.

비록 러시아 정부가 주요한 개혁 정책을 성공시킨다 하더라도 기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가장 유일하게 작용하고 있는 부분은 지하경제가 완전한 러시아의 와해를
막아주고 또한 새로운 경제구조를 개편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서방차관이 러시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역할을 할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국내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이룩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서 경제는 커다란 위험 부담만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