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흔히들 등화가친지절,또는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올해가 문학의 해여서인지 그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문학의 해라고 지정한 정부가 이 해가 다가도록 대국민
홍보차원에서 지금까지 흔히 해왔던 식장행사 한번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 것같아 결국 국정지표가 허울좋은 구호에만 그치고 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본다.

정부는 지난 2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문화복지
국가를 세계화 하겠다고 밝히고 선진형 문화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예산배정 액수까지 발표해 가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내년도 문화체육부 예산배정에서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준비이유로 문화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일부
삭감해버렸다고 한다.

물론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찾아올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체육행사나 경제발전상 보다는 옛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전통문화에 더 관심을 갖고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것을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평소 우리것이라면 관심은 커녕 무조건 무시해 버리는 무지함에
이유가 있겠지만, 그 보다는 조상들이 물려준 값진 우리의 유산들을
제대로 간직하고 소장해야 할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턱없이 적다는데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 로시푸코는 "학문은 젊은이들이 기댈수 있는 난간이다"라고
했다.

이왕에 결정한 문학의 해라면 최소한 도서관 하나 정도는 반듯하게
제 구실을 할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게 마땅하지 않을까.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수 있는 도서관이
활성화되어야만 우리의 문화가 꽃을 피울수 있다.

아직도 6년이나 남은 체육행사를 준비하느라, 그것도 올해 책정한
문화예산을 삭감해 버렸다니 우리정부의 문화정책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하긴 독립된 문화부가 체육부로 통합될때부터 우리의 문화는 이미
그 존재가치를 잃었는지도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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