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태 < WHO 서태평양 사무처장 / 의학박사 >

본인은 거의 30년동안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일해왔고, 지금은
마닐라에 있는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책임을 맡고 있다.

지난주에는 36개 회원국의 대표가 참가하는 WHO서태평양지역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회의 기간중인 9월13일 아침 대부분의 조간신문을 장직한 "발암분유"
기사를 보고 높랐으며, 보건분야에 40여년을 몸 담아온 입장에서, 그리고
보건문제에 관한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기구의 책임자로서 사태의 전말과
추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바 있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DOP와 DBP문제에 관하여, 많은 보건전문가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독성학자들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독성물질의
허용기준치를 제시하고 있는 WHO의 견해를 밝히므로서 여러국민들의 이해를
도웁고자 한다.

우유제품에서 발견된 DOP는 폴리비닐클로라이드 (PVC) 제품에 있는
플라스틱성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많이 쓰여지고 있는 물질로 독성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쥐와 같은 동물에서 부작용이 민감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체에 발암물질로 작용한다거나 기형 및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확실한 증거는 현재로선 전혀없다.

DOP가 쥐실험에서 발암물질로 작용한다는 실험결과는 DOP의 일일
허용섭취량인 체중 1kg당 25마이크로그램의 수천배를 투여했을때
관찰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13일 발표된 수치는 체중 1kg당 0.05~0.13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한 것으로 "발암물질" 운운하며 대서특필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수준이었다.

다량의 DBP가 실험동물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DBP에 의한 인체의 부작용은 아직 보고된 바가 없고,
DBP가 실험동물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양은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중 공기,
음식 및 음료수에서 발견되는 DOP양의 1만배정도 이상이라는 자료는 있다.

금번에 언론을 통해 밝혀진 우유제품에서의 DOP나 DBP검출량은 인체에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 수준에는 훨씬 못미치는 양이다.

모유가 분유보다 바람직하고 가능한한 모유를 먹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며 WHO도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분유를 먹여야 할 상황이라면 아무 두려움없이 먹일 것을 권장하고 싶다.

우유야말로 어린이에게 최고의 식품이기 때문이다.

금번 보건당국이 외신을 타고 식품위해정보를 입수하여 그냥 넘기지
않고 국내제품에서도 일말의 유해가능성을 확인해 내기 위한 실험을
능동적으로 앞서서 진행하고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노력을 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울러 금번 유제품 논란이
우리나라의 식품안전파수군 역할을 하여야 할 식품의약품안전본부
관계자들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