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에게 월요일은 썩 반가운 날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은 찌뿌드드하고 밥맛도 별로 없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머리가 약간씩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샐러리맨들의 바이오리듬은 월요일이 거의 최악이다.

그러나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는 특이한 사람들이 있다.

기업은행의 "뱅크 노츠(Bank Notes)" 멤버들이 바로 그들이다.

"은행에서의 선율"이라는 뜻을 가진 뱅크 노츠는 국내 금융기관중에는
하나밖에 없는 아마추어 그룹사운드.

이들이 월요일을 기다리는 이유는 마음껏 기타를 튕기거나 드럼을 두들길
수 있기 때문.

공연연습을 하는 월요일 저녁이면 "무념무상"에 빠진다.

뱅크 노츠는 지난 92년 여름 탄생했다.

음악이 마냥 좋다는 기업은행 직원 10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팀이다.

"뱅크 노츠는 국내은행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그룹사운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팀리더인 이준무대리는 설명한다.

이들이 평소에 연습하는 곳은 기업은행 본점 15층.

이곳에서 다뤄지는 악기는 드럼 기타 베이스 키보드 색소폰 트럼펫 등.

신디사이저 등 컴퓨터악기는 없다.

베이스를 맡은 임현상씨는 "컴퓨터악기를 사용하면 인간적인 감정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아마추어의 맛이 없어질 것 같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뱅크 노츠의 멤버들이 은행원들이고 취미삼아 모여 연주한다고 해서 실력이
별볼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김연수 한지수 조은경 강신영 등 4명의 싱어들이 소화하는 음량은 평균
3~4옥타브 정도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색소폰 트럼펫 등의 연주자들은 "하이웨이스타
(디퍼플)"나 "런어웨이(본 조비)" 등 웬만한 프로들도 따라가기 어려운
곡들을 무리없이 들려준다.

이들이 커버하고 있는 음악장르도 다양하다.

트로트 댄스곡에서부터 헤비메탈 하드록 등을 거쳐 언플러그드뮤직,
각종 독주곡 등 못하는게 없다.

지금까지 행내에서 가진 10여차례의 공연에서 "은행엔 왜 있냐.

TV에나 나가봐라"라는 싫지 않은 야유를 여러차례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대중들이 쉽게 따라부를수 있는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음악은 혼자서만 즐기는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과 교감을 나눌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지론이다.

또 음악을 통해 업무효율성을 높이자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음악을 하다보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며 "이처럼
금융의 흐름도 항상 파악해 대응할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임현상)는
것이다.

요즘 뱅크 노츠는 연말 정기콘서트를 구상하느라 한창 바쁘다.

이제 5돌을 맞아 나름대로의 색깔을 보여주게 됐다고 장담한다.

어떤 색깔일까.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