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과 더불어 생물을 특징짓는 중요한 물질인 DNA (디옥시리보핵산)가
발견된 것은 1860년대 후반이다.

이것은 세포의 핵속에 있는 산성물질이라고 해서 핵산이라 이름지어졌다.

그러나 그것이 발견된뒤 70여년동안 이에 주목한 사람은 극히 적었고
또 그것이 유전자의 정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유전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한 단백질에 의해 이루어진다고만
생각되고 있었다.

DNA의 연구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1940년대의 일이다.

그뒤 그 연구는 엄청난 진보를 보여 DNA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유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70년대에는 유전자 재결합 (조작)을
중핵으로 한 생명공학 (유전공학) 기술이 탄생되었다.

최초로 유전자 재결합이 실시된 것은 73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S 코엔박사에 의해서였다.

유전자 재결합이란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결합시켜 잡종을 만들어
내거나 한 종으로부터 특정한 기능을 가진 유전정보만을 가진 유전자를
떼내 다른종의 유전자에 삽입시켜 그 기능을 하게 하는 기술이다.

그 결과 사람의 호르몬이나 인슐린 DNA를 미생물에 삽입시키거나
사람의 혈액응고 DNA를 양의 태아 유전자에 결합시켜 성장호르몬제나
당뇨병치료제, 혈우병치료제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를 확보한
단계에까지 와 있다.

또 유전자 재결합 기술은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물의 유전자에
특수 약품을 주입시켜 인공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목적에
부합되는 종을 얻어내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한재용교수팀도 빈혈이나 심장병을 치료하거나
암의 항체를 형성시켜주는 약달걀 생산용 닭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 조작
실험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에 앞서 연구팀이 행한 1차실험 결과를 볼때 그 성공이 보장된거나
마찬가지다.

토종 오골계 달걀에서 생식세포를 떼어내 특수약품을 주입한뒤 그것을
레그혼의 달걀에 이식시켜 특수약물을 지닌 2세대 레그혼을 만들어
낸 다음 이들을 교접시켰더니 특수약물의 영향을 받은 달걀을 낳는
3세대 오골계가 태어나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단백질이나 비타민을 비롯한 인체에 유용한 영양가를 얻고자 식탁에
올려지던 달걀이 내년부터 약달걀로 변신을 하게 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최첨단 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다 주는 편익을 실감케 하는 실례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