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는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APEC(아.태경제협력체)과 WTO(세계무역기구)-우선과제와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로 제9차 무역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APEC의 개방적 지역주의가 WTO등 다자간
무역체제를 보완 촉진해왔다면서 APEC은 WTO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수
있도록 뒷받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세계 석학들은 세계 무역.투자
자유화추진을 위해 아.태지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APEC차원에서 WTO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가장 커다란 역내 이슈는
중국의 WTO가입문제이며 한국은 지속적인 개방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를
통해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환KOPEC회장은 이번 포럼 참석차 내한한 로스 가노 호주국립대
아.태연구소장을 만나 오는 11월과 12월에 각각 열리는 APEC정상회담과
WTO각료회의에서 아.태국가들이 지향해야할 목표와 한국의 역할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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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회장 = 올해는 APEC과 WTO등 다자간 협의체제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뜻깊은 한해라고 생각되는데.

<> 가노소장 = 그렇습니다.

WTO에 있어서는 더욱 의미있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차 WTO각료회의는 WTO가 과연
다자간 무역기구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해줄 것이기 때문이지요.

WTO각료들이 이번 회의에 대해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은
물론 WTO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기위한 실무 프로그램을 준비중입니다.

WTO각료회의가 열리기 몇주전에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APEC정상회의도
WTO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지요.

몇년전에 어렵게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은 일부 국가들에는
적지않은 부담을 주기도 했고 아직 실행에 옮겨지지않은 과제들도
많습니다.

올해는 우루과이라운드타결로 이룩한 과거의 결실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행동계획들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타결된 사항들을 재확인해서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져야겠지요.

특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가운데 아직 타결되지않고 있는 통신부문과
금융서비스부문의 협상을 마무리짓도록 해야하고요.

<> 김회장 =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후 환경 노동 경쟁정책 부패등 새로운
이슈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WTO회원국들은 12월의 싱가포르각료회의에서 이같은 이슈들을 중점
거론할 방침이어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 가노소장 = 11월의 APEC정상회의와 12월의 WTO각료회의에서는 각각
자유무역체제에 대한 공동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런데 APEC과 WTO회원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다양하게 섞여있기 때문에
입장차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무역과 노동의 연계, 환경및 노동문제 등의 이슈는 각 회원국간의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대립시키는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요.

특히 국제적인 환경문제는 중국을 비롯 한국과 일본 등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실현하기위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나가려면
APEC과 WTO등의 국제공동체가 이들 새로운 이슈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기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 김회장 = 노동과 무역을 연계하는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은데.

<> 가노소장 = 시장개방과 관련해 노동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취약한
개도국에 선진국의 노동기준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60년대부터 수출드라이브정책을 내세워온 한국의 경우를 봐도 지난
60년대의 노동환경은 좋지못했습니다.

당연히 임금수준도 열악했고.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러 개도국의 노동환경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점차 개선및 향상될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개도국에서도 기본적인 노동기준은 지켜져야 하겠지만 선진국들은
개도국이 현상황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국제노동기구(ILO)등과 함께 해결점을 모색해나가는것도
바람직하겠지요.

<> 김회장 = 많은 사람들이 전세계 무역및 투자자유화를 위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APEC과 WTO등 다자간 무역기구를 통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가노소장 = UR타결에 따라 무역에 대한 국제적 공통규범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룩했지만 몇몇 국가들의 경우 합의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아.태국가들은 우선 UR협상에서 합의된 자유무역체제 이행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APEC회원국들이 UR에서 합의된 사항을 실천하기위한 신뢰있고 추진력을
가진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얘기지요.

APEC회원국들은 국민총생산이 전세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지역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고 이지역의 경험은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다른
개도국들에 모범이 되고 있지요.

아.태국가들이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커다란 세력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APEC이 직면하는 문제는 결국 세계가 직면하게 될 문제인 셈입니다.

더욱이 APEC은 협력의 최우선 목적을 다자간 무역체제 확립에 두고 있는
유일한 지역협정입니다.

따라서 아.태국가들이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장래에 자유무역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는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김회장 = 그렇다면 아.태국가들은 마닐라의 APEC정상회의와 싱가포르의
WTO각료회의에서 어떻게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까요.

<> 가노소장 = 우선 APEC회원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타결된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표명할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지난해 오사카 합의에 따라 앞으로 확정될 개별국가 행동계획이
신뢰감을 줄수있어야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보고르선언의 이행을 위해 모든 APEC국가들이 신뢰할수
있는 행동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아.태지역이 2020년까지 무역및 투자
자유화를 실현하기위한 여정에 돌입했다는 것을 천명해야할 것입니다.

그밖에 통신이나 에너지등 주요 분야에서 다른 지역보다 진전된
자유화를 실현해나가려는 의지도 가져야 하겠지요.

특히 중국과 대만이 WTO에 가입할수 있도록 지지하는 동시에 가입에
필요한 조건과 시기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만일 APEC이 중국과 대만의 가입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WTO가입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요.

APEC지도자회의에서 제기된 중국의 WTO가입문제가 일정한 합의에 도달할
경우 실제로 WTO내에서도 전체회원의 동의를 얻게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자유무역무드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오는 2010~2020년까지 자유무역을 이뤄내는 것이 보고르선언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이기때문이지요.

APEC회원국들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하고
WTO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해 무역자유화가 지구전체로 확대되도록 다른
지역의 참여를 촉구해야 하겠지요.

APEC역내의 자유무역 성립은 전세계의 무역자유화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김회장 =전세계의 무역개방을 위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가노소장 = 한국의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

한국은 현재 개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적 발전과정을 이미 한 세대
전에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그 결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국민소득을 달성했고 여타 개도국의 모범이
되고 있지요.

특히 한국은 이와 같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국제경제와의 융화를 통해
이뤄냈다는 점이 강조할 만합니다.

따라서 수출규모와 수입규모도 괄목할 만큼 성장했지요.

한편으론 한국은 규모면에서도 상당히 큰 국가에 속합니다.

비록 중국과 일본에 비교되다보니 작은 나라로 여겨지지만 유럽국가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큰 나라에 속합니다.

더욱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는것이 북한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볼때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요.

한국은 또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고
있고 특히 한국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단순 저기술
저임금직업을 꺼리는 대신 고소득 전문직종에 종사하려는 경향이
강하지요.

이들에게 알맞는 직업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서도 한국은 국제화와
세계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정리=김지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