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나가는게 즐겁습니다"

제일제당 엔터테인먼트부(구 멀티미디어부) 음반담당 과장 신현암씨(33)는
요즘 TV광고에 나와 정말 즐거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질투가 날 정도다.

실제로 신과장은 놀듯이 회사생활을 한다.

"제가 맡은 일이 음반제작과 관련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입니다.

연예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노는게 일하는 거고 놀지 않고 있으면
쉬는 겁니다.

같이 어울려 노는 과정에서 새롭고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되지요"

요즘 자기 회사 직원을 직접 모델로 내세운 기업광고가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직접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로 그 사람의 설명이 어떤 때는
비싼 모델료를 받고 이 광고 저 광고에 얼굴을 비치는 유명모델의 말보다
더 진실하게 들릴 수 있다는 얘기.

그렇지만 모델만 실제 직원이고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경우도 있다.

한화종합화학 판촉지원팀의 신입사원 이원희씨(28)가 그런 경우다.

그의 얼굴이 실린 광고는 대졸 신입사원을 겨냥한 기업 이미지 광고였다.

"세계여, 내가 간다"는 카피아래 회사에서 보내주는 배낭여행을 떠나는
내용.

뉴욕맨해튼을 배경으로 배낭을 메고 힘차게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취업지망생들은 "꿈" "미래" "희망" 등의 단어를 연상케 된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외국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찍었지요.

아직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어요.

그렇지만 다음달엔 정말로 회사에서 보내주는 배낭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가 받을 모델료는 자신이 스스로 책정해서 받게
된다는 사실.

그 액수를 놓고 그는 고민에 빠져있다.

며칠내로 상관에게 품의서를 내야 하는데...

기업 이미지 광고가 아닌 상품광고에 자사 사원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증권은 "마이더스 수익증권"이라는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신문광고를
찍으면서 담당부서 사람들을 동원했다.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선물옵션부 최문희씨(25)도 차출됐다.

"광고를 찍는다고 오라길래 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윗분한테 혼이났죠.

할 수 없이 돈을 타서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원피스를 골랐지요"

바지를 입고 갔던 덕분에 최씨는 동료 모델들이 모델료 0원에 무료봉사하는
와중에 20만원짜리 옷을 모델료조로 얻을 수 있었던 것.

이들 아마추어 광고모델의 공통점은 수려한 외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광고를 통해 자기 회사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제가 나온 광고를 보는 것이 처음엔 좀 쑥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보고 자랑스러워하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여기가 바로
내 회사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이원희씨)

< 김주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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