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 79년 설립된 이후 주로 중소기업협동화및 구조
조정사업에 치중해 왔다.

따라서 예산 대부분이 협동화와 구조조정사업에 지원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중점사업이 크게 전환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진공사업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유통구조개선 자동화사업 지도
연수등이 가장 큰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런 새 사업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국내 중소기업의 시장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유통시장개방으로 판매부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늘어났으나
해결해줄 기관이 없었다.

그러자 중진공은 발빠르게 중소기업의 판매난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았다.

중소기업전용백화점 설립을 정부에 제안한 것이다.

정부측도 이 사업을 즉시 수용했다.

중진공은 서울 목동에 연건평 2만3,000평규모의 백화점을 지난 4월 착공
했다.

이를 위해 자회사인 주식회사중소기업유통센터도 설립했다.

정부출연기관이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별도의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이다.

중진공은 ISO인증획득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자 주식회사 중소기업인증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물류비를 줄이기 위한 창고공동화사업도 업계의 호응이 커 협동화사업중
새사업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중진공이 현장지원체제로 스스로 사업을 전환해가고 있는데는
채재억 이사장의 결단력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채이사장은 "아무리 정부출연기관이지만 절대 관료적이어서는 안된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채이사장 스스로도 자리에 앉아서 결재를 받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현장을 다니다 보니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진흥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적어도 10여개이상 신규
사업을 개발해 냈다.

자동화사업을 위해서 경기 시화공단에 중소기업자동화지원센터를 신설,
중소기업 자동화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중진공은 이 자동화센터를 통해 올해안에 1조5,000억원의 자동화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 자금규모는 당초 1조원으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중진공이 업계의 의견을 반영, 5,000억원을 더 늘려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했다.

중진공의 이같은 요구에 정부측은 당초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동화센터가 다시 자동화투자확대를 위한 건의자료를 만들어 제출하자
결국 정부도 지원확대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중진공은 중소기업이 설비자동화투자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내년에도 2조원의 구조개선자동화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정부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신사업 개발에 있어서도 정부의 지시를 받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사업을
개발해 나간다.

중소기업리팩토링사업이 가장 두드러진 사례이다.

이 사업은 중진공이 지난 17년간 중소기업을 지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 확립한 중소기업경영개선사업이다.

중소기업 TV큰시장사업이나 중소기업채용박람회등의 사업도 중진공이
능동적으로 개발해낸 성과이다.

중진공의 이러한 변신에 대해 업계는 한결같이 환영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도 중진공에 대한 재정출연을 보다 늘려 주는 것이 당면과제가
아닐까 한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