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하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켜 학과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카나리아,금실좋은 부부는 잉꼬나 원앙새로 부르고
화목한 가정을 보면 비둘기같이 산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새에
비유하는 것은 새들의 삶이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는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소리와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깃털의 신비스러움 때문일 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일어난 비둘기독살사건은 너무나
끔찍한, 인간이기조차 포기한 잔악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데 대해 비애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아울러 한때 일본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옴진리교"
신도들의 독가스살포사건이 떠올랐다.

사이비종교에 미쳐버린 광신도들은 자신들 집단이 아닌 다른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에
독가스를 살포해 수많은 사람들을 질식시켰던 것이다.

혹시 우리 주위에도 옴진리교의 광신도 못지 않은 폭도나 미치광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본다.

사람이 아닌 새에게 표적을 두었을 뿐,그 수법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범인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대상에 살의를 느낀 나머지 비둘기를
살해했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인간이 행한 의도적인 동물학살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발리섬 사람들은 원숭이를 신격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원숭이들이 사람이 살고 있는 동네까지 찾아와서
음식물은 물론 농작물까지 먹어 치우지만 그곳 사람들은 원숭이를
미워하거나 해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네들이 동물을 신성시하는 것은 동물도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이성을 가진 인간은 동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

인간의 염원 또한 인류평화가 아닌가.

그래서 우리들은 비둘기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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