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감각을 가진 합리적인 상식인"

국내 대기업그룹 인사담당자들이 꼽는 올해 신입사원 선발기준은 두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자질을 갖고 있느냐이고 또 하나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이다.

경영환경이 세계화를 키워드로 급변하고 있고 또 한국사회 내부적으로도
합리적 상식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이같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에 외국어 비중을 어느때 보다 높이고
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대부분 대기업 그룹들은 서류제출때 공인기관에서 받은 토익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일정 점수이상이면 가산점을 준다는 원칙을 세운 기업도 많다.

이는 과거에 한두시간 정도 필기시험을 보던 것과 의미가 다르다.

외국어실력이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사실상 응시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류전형에서 토익점수를 가지고 1차로 걸러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토익점수만이 능사는 아니다.

면접시험에서 네이티브 스피커와 대화를 하도록 해 실질적 언어구사능력을
테스트하는 기업도 있다.

"사실 한국 대학생들의 수준이 따라가지 못해 그렇지 우리가 바라는
응시생의 기본 조건은 "영어는 모국어, 또 다른 외국어는 필수어"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S그룹 L상무)이라는 게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제적 감각에는 단순히 언어만 포함되지 않는다.

"세상은 언제나 변해왔지만 요즘의 변화가 갖는 특징은 세계가 함께
달라진다"는 데 있다.

멀티미디어 위성통신등을 매개체로 전 세계가 하나로 묶여가는 추세다.

또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 등으로 이미 경제부문에서는 국경이
파괴됐다.

결국 세계는 한몸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변화의 동인이나 방향도 같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지금 입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2020년까지는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앞으로 20~30년후의 세상에서 세계 1류기업을 이끌어 나갈 사람을 뽑는데
국제감각을 안따질 수 없다"(D그룹 인사담당자)는 설명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갖춰야할 또 다른 기본 덕목은 합리적 상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패턴과 사회환경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과거 경제발전기에 국내기업은 "몸으로 때우는"사람을 필요로 했다.

"안되면 되게하는"게 큰 능력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내기업이 창업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능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와 행동을 통해 조직을 발전시키는 힘이 능력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

따라서 특정분야에만 밝은 "맹목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종합적인 안목을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선호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필기시험을 없애고 면접전형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수험준비 서적을 달달 외워 좋은 점수를 따내는 류의 "점수벌레"나
"샌님형"은 더이상 기업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적극성을 겸비한 상식인을 가려 내겠다는
것이다.

요령에 능한 사람보다 평소의 인성과 생활자세 가치관 등을 중시해 인재를
가려 뽑겠다는 것이다.

간추리면 상황종합 능력과 진취적 기질을 가진 "국제화된 인재"를 기업들이
원한다는 결론이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선발방식이 이런 배경을 깔고 있는 만큼 수험준비에
임하는 취업예비생들의 자세 또한 달라져야 하는건 불문가지다.

따지고 보면 이제는 수험생들이 "상식책"이나 끼고 앉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면접시험을 보는데도 "직장인으로서의 자세" 등을 외워 말해야 할 일은
없다.

학교성적이 뛰어나지 못하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저 상식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세일즈"할 수 있으면 된다.

이렇게 보면 취업전선에서 1차적 변수는 외국어능력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다듬어 채용담당자들에게 "당당함"을 보여줄
수 있느냐의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취업준비생들은 이런 점에서 부담스런 필기시험 준비에서
벗어나 가벼운 에세이집 등을 읽으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재점검하는게
좋을 듯 하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아는 선배 등을 찾아가 그 기업의 분위기를
미리 익혀두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