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좁아지고 길은 이리저리 바뀌고..."

올하반기 취업전선은 전과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룹별.회사별로
채용방식과 선발기준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은 원서접수-필기시험
(또는추천)-면접-신체검사의 순으로 진행되는 그룹공채로 정형화돼 있었다.

하지만 취업전선에 불어닥친 "파괴"의 물결로 상황은 그게 달라졌다.

이제는 그룹별 채용방식에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같은 그룹 같은 회사내
에서도 채용시기와 방법이 서로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꼼꼼한 정보수집과 세심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

"취업도 이제는 정보전"이다.

먼저 기업들의 올하반기 채용규모가 얼마나되는지 보자.

대부분의 기업들은 작년보다 줄이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명예퇴직 등 군살빼기를 하고있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겠느냐"(D그룹 인사담당임원)는게 기업들의 공통된
입장.

"게다가 잇단 해외진출로 국내 소요인력의 규모도 줄었다"(H사 K상무).

80년대말부터 신규채용을 계속 확대해온 반도체 3사까지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동결시키는 판이다.

주요그룹들의 신규 참여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정보통신과 유통
정도만이 예외다.

취업전문가들은 올하반기 대졸및 대졸 예정자들의 신규채용 규모를
<>50대 그룹 2만1,000여명 <>나머지 대기업및 중소기업 3만8,000여명
<>공무원 교직 공사 외국인회사 3만3,000여명 등 9만2,0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구직희망자는 <>내년 2월 졸업예정자 16만5,000여명(군입대및 대학원
진학은 제외) <>기졸업 미취업자 9만3,000여명 <>전직희망자 1만5,000여명
등 27만3,000여명에 이른다.

단순히 계산해도 경쟁률은 평균 3대1에 달한다.

그러나 중복지원등을 감안하면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체감경쟁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30대그룹의 경우엔 10대1을 크게 상회할 것"(리크루트 유동현 편집장)
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단지 문만 좁아진게 아니다.

기업들이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능력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의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기업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신입사원 채용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그룹차원의 정기공채 관행에서 벗어나 인력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모집하는 상시채용제도, 인터넷을 통한 원서접수, 계열사별 공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상시채용제도는 한보그룹 기아그룹 선경그룹 대우그룹 삼환기업 등이 이미
도입해 시행중이다.

현대그룹도 정보기술 자동차 전자등 일부 계열사의 해외인재 유치에
이 제도를 적용한데 이어 경력자를 대상으로한 상시채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그룹들도 채용비용의 축소및 인력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상시채용제도의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터넷 원서접수 역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은 모두 인테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기업내용 등을
홍보하면서 원서를 접수한다.

특히 상시채용제도를 도입하거나 해외인력 수요가 많은 업체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원서를 받는다.

계열사별 공채는 그룹에서 일괄공채해 계열사에 배치할 경우 적재적소
배치가 어려울 뿐만아니라 그로인해 중도퇴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단점을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기업들이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이 그룹공채와 별도로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나
롯데그룹이 원서에 지원회사를 명시케 해 회사별로 면접을 치르는게
그 예다.

제일제당이 직군별로 원서를 접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은 그룹공채를 주로 하고 계열사 공채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상시채용제도와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전선에 일고 있는 "파괴"의 물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발기준과 이를 평가하는 잣대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머리 속에 든 지식보다는 사람됨됨이를 중시하고 그에 따라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면접및 적성.인성검사를 강화하고 있는게 그런 변화다.

2~3년전까지만해도 대부분의 그룹들이 필기시험을 두었었다.

그러나 올하반기엔 필기시험을 치르는 그룹은 거의 없다.

필기시험을 본다해도 외국어 실력을 평가하기위한 토익테스트 등이
고작이다.

"한번의 시험으로 실력을 파악하는게 불가능할 뿐만아니라 시험성적과
업무능력이 비례하지 않는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해 일정수준 이상의 학점을 취득한 사람이라면 기업에서
일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그래서 필기시험을 폐지했다"고 리쿠르트관계자는 말했다.

기업들은 대신 면접을 대폭 강화했다.

과거엔 한차례 보던 면접이 2~3회로 늘어났으며 면접방법도 다양해졌다.

지원자에 대한 사전정보없이 면접을 하는 블라인드 면접이나 특정상황을
제시하고 대처방법을 묻는 시추에이션면접, 그리고 합숙을 하며 인성을
파악하는 면접까지 등장했다.

심지어는 호프집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

면접을 가볍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취업전쟁은 또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올하반기에는 이렇듯 여러가지 점에서 양상이 전과는 다르다.

웃는 얼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면 먼저 회사별 채용제도의 변화를
체크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는게 입사의 지름길이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