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수 < 진영합동사무소 대표 >

재정경제원과 증권감독원은 얼마전 "외부감사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안은 모두 3,000여명의 회원을 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한공회"임에도 불구, 단 한명씩의 회계사와 직원을 참여시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선안중 "합동회계사무소 폐지"건이 들어 있는데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합동회계사무소 폐지 사유중 회계법인 조직화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없앤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1973년 법적인 조직체로 구성된 이후 합동회계사무소는 중소기업에
회계지도.세무대리 등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그리고 대규모 회계법인이 시장을 지배하면 소규모 회계법인이나 합동
또는 감사반의 공인회계사는 상대하는 고객의 숫자가 적어지고 그만큼
피감사기업에 지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둘째 미국의 6대회계법인의 매출액 구성비(92년)중 감사서비스는 49.3%인데
비해 우리나라 전 회계법인의 매출액 구성비중 회계감사는 72.3%로 매우
높다.

감사대상업체도 91년 5,709개에서 93년7월엔 5,290개(CPA제도개선방안연구
59p)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감사업무.경영컨설팅 등은 합동이라는 조직으로 움직이고 세무대리.
강의 등은 개인능력으로 하므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동할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회계법인의 구성비율이 67.7%에서 55.3%로 떨어지고 감사반이 15.9%
에서 30.3%로 늘어나는 것은 회계법인의 조직상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합동폐지로 회계법인을 인위적으로 조직화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또 회계법인에 많은 독점적 혜택을 24년간이나 주었는데도 정부의도와
맞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증거다.

넷째 배상문제에 있어 합동은 무한책임을 지우겠다고 하는데 영국이나
독일의 손해배상 책임보험 및 상법의 규정처럼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정하여 보험에 강제가입시키고 일정금액이상의 청구액은 감사인이 책임지는
등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합동회계사무소를 폐지하고 현재의 합동조직보다 더 나은 조직으로
유도한다는 안이 회계법인 구성원 20명과 자본금10억원으로 한다는 것인데,
자본금 10억원은 회계법인 구성원20명에 1인당 5,000만원씩 출자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돈 없는 회계사의 경우 공인회계사 업무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며 이는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사인의 선택권은 회사에 있으므로 회사에서 감사인의 구성요소 등을
검토한후 합의에 의하여 계약하면 된다고 보며 감사인 조직은 다양하게
또는 현재의 조직에서 유한책임으로 바꾸는것 외에는 그대로 두고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