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산업은 엔화 약세라는 외부요인에 맥없이 무너져 가격경쟁력약화
에 따른 불황이라는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수출비중이 높은데도 외부요인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부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는 것.

업계와 학계 정부 대표들은 2일 주제발표에 이은 집단토론에서 조선업의
내수비중이 평균 20%로 일본의 50%보다 훨씬 낮은 점, 중공업 업체들의
조선매출비중(전업도)이 40~80%로 일본의 5~10%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점
등이 구조적 불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또 생산성에 있어서도 한국은 인건비의 상승과 조선기자재 국산화 미비
등으로 말미암아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따라서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키 위해서는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
으로 연구하고 자재를 구입하며 해외 수주시에도 컨소시엄 결성 등의 방식
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정부도 각 조선소간 협업화를 전개할 수 있도록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적 위치는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라서 있고 세계 시장점유율만해도 25%가 넘는, 국제경쟁력이 가장
앞서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엔저로 바뀌면서 일본이 다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중국의 추격과 EU의 역내 협력 등이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한걸음 더 나아가고 일본을 이겨내기 위해선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실수요자인 해운업계로서는 한국 선박의 경쟁력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 박재익 한국선주협회장(조양상선사장) =일본은 한국과 비교도 되고
경쟁도 되는 위치에 있으면서 세계 1위 조선국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한국은 일본을 따라가면서 중국과 말레이지아 등 후발국들로부터 추격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선박의 가격은 일본보단 싸지만 중국보단 비싼 편입니다.

품질경쟁력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배보다는 월등하게 낫다는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고선시장의 평가입니다.

신조선이야 새집과 같으니 금방 알 수가 없지요.

2~3년이 지나서 성능을 체크해 어느 정도 그레이드(신용)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평가를 내려야 합니다.

한국 선박들은 일본에 비해 국제 중고선시장에서 5~10%정도 선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송기원 대한해운사장 =금융비용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외화대출을 맘대로 못하는 문제나 국내대출금리가 높은 문제 때문에 선가가
전반적으로 비싸지고 있습니다.

또 정책물자 수송에 있어서 포철과 한전 가스공사 등 정부투자기관들이
감사원 감사를 의식,저가 정책을 펴고 결국 불가피하게 선가 경쟁이
치열해져 싼 배를 지어 질적인 면에서 문제를 낳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 다음 조선기술의 개발 문제를 말하겠습니다.

앞으론 고객만족의 차원에서 선주가 쓰기 좋은 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단순히 조선공업만의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선주에게 편하고
좋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점차 정부 발주 선박들이 대형화되고 있는데도 그런 선박들을 A/S하는
체제는 엉망입니다.

적기에 정기 검사를 할 수 있는 드라이 도크 체제도 않돼 있습니다.

수리를 적기에 못한다면 선박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요.

50만원짜리 텔레비젼도 평생 A/S를 하는 데 수천만달러짜리 배를 만들어
놓고 그렇지 못하다면 큰 문제입니다.


<> 박장관 =얘기를 좁혀서 조선산업의 기술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해서 토의해 주시지요.


<> 이재욱 인하대교수 =조선기술은 우주산업과 마찬가지로 첨단공학통합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초고속화 초대형화가 그 방향이지요.

국내 조선소들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 웨어와 선박해양연구소 등과 공동
개발한 설계 시스템들을 갖추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세계 수준의 프로그램들
을 대부분 도입해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생산자동화 설비쪽만해도 국내 생산이 안돼 도입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의존도가 높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자체 기술화하고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관건입니다.

지금 선진업체에선 상당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고부가가치선 개발에 인공지능원리를 응용한 AI 엔지니어링 기술이 해외
에서 선보였고 독일과 프랑스는 최근 공동으로 레이저 용접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을 정돕니다.

전천후 선박 콘트롤 시스템도 이미 적용 단계에 와 있습니다.


<> 이규열 서울대교수 =제품의 경쟁력이라면 품질과 제조원가로 볼 수
있습니다.

제조원가는 재료비와 인건비 운용비 등인데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인건비
를 낮춰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과제입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첫째 설계, 생산부문 전산화와 생산공정 자동화
물류 합리화 등을 이루어야 합니다.

또 설계에서부터 생산 자재조달 관리 운용 등을 총괄하는 통합정보화시스템
인 CALS를 도입해야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설계 전산화쪽은 통산부와 4개 조선소가 같이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야만 기업내 생산계획과 생산관리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화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 장석 한국기계연구원 선박해양연구센터소장 =미국 일본 유럽 등도 지금
칼스도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단계 더 나아가 21세기에는 운항만이 목적이 아니라 바다를
더럽혀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오염방지 연구에 힘쓰고 잇습니다.

이른바 "토탈 클린 쉽"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새로운 타입의 유조선을 개발하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청정연료를 쓰는 신형식 엔진 시스템도 연구중입니다.

50노트 이상의 초고속화물선인 TSL프로젝트는 몇년전부터 추진해 오고
있지요.

요즘에는 공해가 심한 도장부문에서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행보에 비해 한국 조선기술의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현실입니다.

특히 설계기술이 심한 편입니다.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는 관리기술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한국은 설계 생산의 전산화 시스템이 5~6년정도, 생산관리기술은 7~8년,
전반적으로 보면 약 10년이 일본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조선공업의 발전 역사가 짧다른 것이 어쩔 수 없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장관 =이제 조선업계의 발전 비전과 실행 계획 그리고 정부에 건의할
사항들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 송영수 조선공업협회회장(한진중공업사장) =인간이 살고 있는 한 운송
수단으로서 선박의 역할을 영원하고 조선공업도 영원하다는 것을 우선 말해
두고 싶습니다.

세계 조선업계를 조감해 보면 유럽은 아직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고부가가치선 생산 부문에서 건재합니다.

LNG(액화쳔연가스)선만해도 프랑스의 가즈 트랜스포사가 멤브레인 타입
기술특허권을 갖고 있지요.

한국이 나갈길도 이런 고부가가치선 건조로 후발국가와 차별화하는 길
입니다.

그길이 일본도 따돌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조선업이 조립산업이라 연관 산업이 각자 전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조선소도 연관 사업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철구조물 제작 사업입니다.

강철로 구조물을 만드는 것을 조선소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게 일본과
유럽입니다.

예를 들어 성수대교 사건때 후판에서 금이 갔다는 것은 얼마나 이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졌던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런 철구조물 제조산업을 전문성이 높은 조선소가 적극 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김정국 현대중공업사장 =조선업계의 사기가 많이 위축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조선소들이 세계 수주시장의 30%이상를 점유해야 시설도 풀가동될텐데
요즘은 아주 부진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품질과 서비스같은 기업이 책임져야할 문제도 있겠으나
노사문제가 어려운 점이 아주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한국의 휴일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단체휴일만 1년에 1백5일이고요, 개인휴일은 연월차와 길흉사 등을 합쳐
평균 35일이어서 도합 1백40일을 휴일로 쓰고 있습니다.

1년의 38%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휴일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면 좋을 것이나 실상은 그게 아니나
일만 더블로 더해야 하는 현상을 낳고 있어 문제입니다.


<> 윤원석 대우중공업회장 =21세기에는 1등 조선소가 될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뒤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기술 자립도가 높은 곳이 조선업입니다.

그 뜻은 의존도가 비교적 낮다는 뜻도 됩니다.

당연히 기술력을 높여야지요.

그런데 오늘 이 논의가 가령 고부가치선을 건조해야 하고 전업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식의 일반론에 치우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초점은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잡화물선 등 일반 상선을 건조하는데
있어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데 맞춰져야할 것입니다.


<> 이해규 삼성중공업사장 =조선업은 새로운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는 고임금이고 둘째는 짧아지는 근로시간, 셋째는 3D로 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다음 한국의 사회비용이 굉장히 높아지는 것과 한국에서 제조업이 설
땅이 자꾸 없어져 가고 있는 것도 조선업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업계에선 협력 체제가 너무 약한게 흠입니다.

일본 스미토모와 IHI는 최근 운용시스템을 완성해 기업 경쟁력을 20%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저만치 앞서 가고 있습니다.

핵심기자재역시 문제입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차지하는 식으로 셔틀 탱커의 경우 우리는
겨우 배껍데기만 만드는데서 그치고 있어요.

기술 아이템별로 현대 대우 삼성 한진 한라 등이 나눠 갖도록 하는 분담
협업 생산체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은 "인내하는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선박건조 자금을 마련키 위해서 해외에 전문금융회사를 만드는 것도
허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밖에도 정부투자기관이 너무 저가 발주 정책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 김정국사장 =지난번 LNG선 발주는 세계 역사에도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진행돼 결국 낙찰가가 적정가격보다 10%이상이나 낮게 결정됐습니다.

이 사실이 세계 조선업계에 모두 공개됐습니다.

때문에 외국에서 가스선을 수주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 박장관 =우리끼리 과당경쟁을 해서 다같이 손해를 본 것 아닙니까.

저가정책이 문젭니까 저가경쟁이 문젭니까.


<> 송영수회장 =전번 수주때 낙찰가보다 10%이상을 더 받을 수 없게 한
관련 법규와 예정가격 산정의 문제 등 때문에 저가 입찰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업계가 함께 고충을 겪고 있는 문제로 이해해 주십시오.


<> 강경호 한라중공업 사장 =한국 조선업계의 인건비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보다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영업도 적자 수주를 해야하는 형편이에요.

지금 조선업은 21세기에 1등이 되느냐 아니면 완전히 붕괴되느냐 하는
한계점에 와있다고 봅니다.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선소간 공조입니다.

이제는 한국내 경쟁이 아니라 일본을 상대로 한 국가간 경쟁으로 봐야
합니다.


<> 김태섭 신아조선사장 =중형조선소로서 가장 큰 걱정은 인력확보입니다.

작년부터는 숙련공이 빠져나가 공정이 한달 반이상 밀리고 있습니다.

매년마다 임금이 20% 가까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고역입니다.

중형조선소가 월 1백80만원정도니 영국의 2만6천달러와 거의 같은 수준
입니다.

총원가중 인건비 비중이 30%를 넘으면 안된다고 하는데 얼마전 29%를
넘어섰습니다.

더 올라가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어요.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야 경쟁력 얘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 변양호 재정경제원 산업자금과장 =선박 건조 자금을 확보키 위한 해외
파이낸싱 회사 설립은 필요성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할만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현재 조선산업과 관련성이 큰 항만개발 등에 민자유치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제한적으로 조선사의 해외 차입을 허용할 계획입니다.


<> 박재윤장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임금 안정이 병행돼야 하며 조선사간
협력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조선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는 1위와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질과 양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세계 일류 산업으로
성장해 1위 조선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정리=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