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조광화씨(32)는 연극계의 떠오르는 별중 한사람이다.

지난 봄 상연된 "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 하여"에서 한 여인이
부권지배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려내 호평을 받은
그가 다시 가부장제의 문제를 고발한 신작을 내놓았다.

제20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3~12일 문예회관대극장에 올려질
"여자의 적들" (극단 즐거운사람들 김창화 연출)이 화제작.

"여자의 적은 한마디로 오랜 가부장제의 역사가 빚어낸 온갖 일그러진
성향과 관념들입니다.

이 작품은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성으로 남아 우리의
무의식을 짓누르고 있는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씨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달래 (김서라 분)를 가부장제에 철저히
희생당하는 여인의 전형으로 묘사한다.

달래는 자신을 수치스럽게 한 남자들에 대한 복수를 아들인 장정
(유준상 분)을 통해 이루려고 하지만 장정은 가부장제의 권력승계자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되는 달래를 살해한다.

"특정한 시대적.공간적 배경을 설정하지 않고 신화적.원형적인
이야기들로 구성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벗어나려는 아들들의 모습을
"어머니 살해"라는 신화적인 모티브로 표현했지요"

가족을 파괴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여성 스스로 남성 (가부장)에 대한
무의식적인 의존적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의지를 신뢰해야 한다는 주제를
많은 관객이 공감해 주었으면 한다고.

앞으로도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겪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 형상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90년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극판에 뛰어든 조씨는 93년
"황구도"로 두각을 나타낸뒤 "종로고양이" (94) "아, 이상" (95)
"오필리어" (95) 등을 발표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